'역사 왜곡' 지적 빗발친 '대군부인', 공홈에 "천세" 등 일부만 늑장 사과

왼쪽부터 변우석, 아이유. MBC 제공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한 MBC 창사 이래 최대 텐트폴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수많은 역사 왜곡 의혹 속에서 마지막 회 방송 당일에야 뒤늦게 선택적 사과에 나섰다.

 '21세기 대군부인' 제작진은 16일 오후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한마디 게시판에 공식입장을 게시했다. 제작진은 "많은 분께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작진은 왕의 즉위식에서 왕이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천세'라고 산호하는 장면이 우리나라의 자주적 지위를 훼손한다는 시청자 여러분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제작진은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라며 "로맨스물인 동시에 대체 역사물의 성격을 지닌 드라마로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역사적 맥락이 교차하는 부분에 대해 신중하고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했으나, 정교하게 세계관을 다듬고 더욱 면밀하게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다"라고 시인했다.

제작진은 문제의 장면과 관련해 재방송과 VOD, OTT 서비스에서 해당 부분의 오디오와 자막을 최대한 빠르게 수정하겠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제작진은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시청자 여러분의 신뢰에 보답하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유지원 작가가 쓴 '21세기 대군부인'은 2022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수상작인 점, 아이유와 변우석이라는 초호화 캐스팅, 인기 드라마 '궁' 이후 또다시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 등으로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다.
 
하지만 뚜껑을 제대로 열어보기도 전에 역사 왜곡 우려가 불거졌다. 방송 전 공개한 세계관 연표에 따르면, '21세기 대군부인'은 조선 왕조를 계승한 상태에서 입헌군주제를 채택해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렀다는 설정이다.

왕(김윤호)의 친모인 대비 윤이랑(공승연)이 젊고 생존해 있음에도, 성인이 되어도 결혼하지 않고 궁에 머무르는 대군(변우석)이 섭정(군주가 직접 통치할 수 없을 때 군주를 대신해 나라를 다스림)까지 한다는 점이 일찌감치 고증 오류로 지적됐다.

대비보다 서열이 낮은 대군이 섭정하는 점,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미국에 항복해 종전된 시기인 1945년에 입헌군주제가 시작된 점, 실질적인 통치권을 지닌 총리 민정우(노승현)가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에 오르는 점 등을 예로 들어 일본 황실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15일 방송한 11회에서 자주독립국의 위치를 부정하는 '구류면류관' 착용 및 '천세 천세 천천세' 장면이 특히 질타받았고, 대비가 대군 앞에서 소복을 입고 석고대죄하는 장면도 입길에 올랐다. 대군부인 성희주(아이유)를 '부부인'이 아니라 '군부인'이라고 잘못 칭하고, 성희주와 윤이랑의 대립 때 한국이 아닌 중국의 다도법이 나온 것도 오류로 지적됐다.

고증 실패를 바탕으로 한 역사 왜곡 의혹뿐 아니라, 이야기 안에서의 일관성도 지켜지지 않아 공모전 수상작답지 않게 개연성이 떨어지는 헐거운 대본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주인공 아이유와 변우석의 부족한 연기력,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연출 등 다방면에서 비판받았다.

역사 왜곡으로 비칠 수 있는 고증 오류가 거의 매회 등장해 "어허, 생각하지 말라 했다" "깊생(깊이 생각하는 것) 금지, 얕생(얕은 생각)도 하지 마" "또 생각하네?" 등의 자조적 반응이 밈(meme, 온라인을 통해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가 된 지 오래, 제작진은 종영 당일에야 일부 내용만을 선택해 뒤늦게 사과했다. '부실한 늑장 사과'라는 차가운 반응이 뒤따르고 있다.

다음은 MBC '21세기 대군부인' 제작진 공식입장 전문.

▶ 16일 오후 나온 '21세기 대군부인' 공식입장
<21세기 대군부인> 제작진입니다. 애정을 갖고 드라마를 지켜봐 주신 많은 분께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제작진은 왕의 즉위식에서 왕이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천세'라고 산호하는 장면이 우리나라의 자주적 지위를 훼손한다는 시청자 여러분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는 제작진이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입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로맨스물인 동시에 대체 역사물의 성격을 지닌 드라마로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역사적 맥락이 교차하는 부분에 대해 신중하고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했으나, 정교하게 세계관을 다듬고 더욱 면밀하게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추후 재방송 및 VOD, OTT 서비스에서 해당 부분의 오디오와 자막을 최대한 빠르게 수정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저희 제작진은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시청자 여러분의 신뢰에 보답하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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