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강남역 여성혐오 범죄 10주기를 맞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여성주의 연합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 참석자들은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여 온 여성혐오와 구조적 차별을 돌아보며, 이를 멈추기 위한 교회의 책임과 연대를 다짐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그리스도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성혐오 범죄 희생자를 추모하고 교회의 책임을 고백했습니다.
이번 연합예배엔 기독 여성주의 단체와 교회 20여 곳이 함께해, 반복되는 여성혐오와 구조적 폭력을 멈추기 위해 마음을 모았습니다.
예배 참석자들은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엔 여전히 여성혐오와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 이면에는 오랫동안 누적된 가부장적 문화와 편견, 여성에 대한 차별과 구조적 억압이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진혜 대표 / 기독교위드유센터]
"우리는 10년 전 강남역에서, 신림역과 신당역, 인하대, 진주, 부산, 그리고 최근 광주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맞고 죽임당했습니다."
예배에선 안전을 위협하는 이별 폭력과 노동 현장에서의 위계 폭력,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제도적 취약성 등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복합적인 억압을 돌아보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예배 참석자들은 특히, "여성혐오를 정치적 도구로 삼아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폭력과 젠더 차별에 맞서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노경신 목사 / 예장통합 전국여교역자연합 사회위원회]
"우리가 속한 가정과 일터와 관계에 뿌리내린 차별과 폭력은 심화되었습니다. 우리는 깊어지는 폭력에 절망하며 끊어지지 않고, 더욱 강하게 서로의 손을 붙잡고 애통하며 싸우려 합니다."
설교자로 나선 강남향린교회 강선구 목사는 '입다'의 딸이 죽음을 앞두고 애곡할 때, 함께 울며 그 곁을 지킨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과 동행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강 목사는 "모든 상황에서 누군가를 다 지켜낼 수는 없지만 함께 울고 끝까지 기억하는 일은 할 수 있다"며, "서로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는 연대야 말로 폭력과 혐오의 질서를 뒤흔드는 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선구 목사 / 강남향린교회]
"죽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여전히 경계 밖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권력의 언어는 강하고 질서는 견고합니다. 그런데 그 질서에 금이 가는 곳은 거대한 반격이 아니라, 서로의 생채기를 몸에 새기고 함께 아파하는 몸들의 흐느낌에서입니다."
예배 참석자들은 교회 역시 여성혐오와 차별의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고백하며, 동시에 교회 안에서 이러한 현실에 저항해 온 여성들의 신앙과 용기를 함께 기억했습니다.
이어 "여성혐오 문제를 개인의 불행이나 우발적 사건으로 축소해서는 안된다"며 교회가 먼저 구조적 폭력과 차별을 직시하고 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여성들의 주기도문]
"여성을 시험에 들게 하는 존재, 유혹하는 존재라고 여기는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 속에서 우리를 속히 구하여 주십시오."
예배 참석자들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한 세상, 어느 누구도 '죽어도 어쩔 수 없는' 존재로 취급되지 않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당부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최내호]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