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났는데 금값 하락?…전 세계 중앙은행 '244톤 싹쓸이'에 숨은 시그널[경제적본능]

전쟁에도 금값이 떨어지는 이유: '중앙은행'이라는 새로운 변수

과거 전쟁은 곧 막대한 화폐 발행과 공급망 붕괴를 의미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촉발해 금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조 대표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에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이라는 강력한 변수가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 시장 참여자들은 지정학적 위기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이를 잡기 위해 '금리를 강력하게 올릴 것'이라는 공포를 먼저 느낀다"고 설명했다. 전쟁이라는 호재보다 고금리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면서,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인 금을 먼저 투매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조 대표는 최근 지정학적 악재가 터질 때마다 금값 하락 폭이 얕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하루 4~5%씩 빠지던 하락 폭이 최근 0.2~0.3% 수준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 그는 "시장이 지정학적 충격을 이미 가격에 충분히 선반영했으며, 바닥을 다지고 회복 추세로 전환할 시기가 임박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CBS경제연구실' 캡처

금리 인상이 오히려 금값을 끌어올린다?

그렇다면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중앙은행이 실제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금값은 어떻게 될까? 조 대표는 역설적이게도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오히려 금값이 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금값을 짓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금리를 올릴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 그 자체다. 막상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사이클로 돌아서면, 시장은 이를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도 통제하기 어려울 만큼 고질적(Sticky)이라는 증거"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를 예로 들며 "1974년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값이 40%가량 폭락했지만, 정작 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1975~1976년부터 금값은 26배나 폭등하는 슈퍼 사이클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 가격에 가장 최악인 상황은 지금처럼 금리 인상도, 인하도 아닌 불확실한 말만 오가며 횡보하는 것"이라며,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이 랠리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의 무기화와 '뉴노멀'…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쓸어 담는 이유

황진환 기자

2026년 1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금은 244톤에 달한다. 과거 1년 치 매입량을 단 한 분기 만에 사들인 셈이다. 조 대표는 이 기현상의 배경으로 달러가 가진 두 가지 치명적인 리스크를 꼽았다.

첫째는 막대한 부채로 인한 '효용성 하락'이다. 조 대표는 "미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20%에 육박하면서,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30년 이상 장기 보유할 때 그 실질 가치가 보존될 것이라는 신뢰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안보 리스크(달러의 무기화)'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외환보유고 동결 등 달러를 무기로 사용하자, 각국은 '내 돈을 달러에 맡겨두면 언제든 동결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됐다"고 분석했다. 과거 효율성이 최우선이던 시대에서 안보가 최우선인 다극화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독일과 프랑스 등 전통 우방국들조차 미국에 맡겨둔 실물 금을 본국으로 회수하는 현상이 이를 상징한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바젤 3 도입과 실물 금 품귀… "1930년대급 슈퍼 사이클 온다"

금융 규제인 '바젤 3(Basel III)' 도입 역시 금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조 대표는 "바젤 3 체제하에서 금은 가장 안전한 '티어 1(Tier 1)' 자산으로 100% 인정받지만, 이는 종이 금(선물, ETF)이 아닌 은행이 직접 보유한 '실물 금'에 한정된다"고 강조했다.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앞다투어 실물 금을 쓸어 담으면서 구조적인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현재의 거시 경제 환경(막대한 부채, 지정학적 블록화, 양극화)은 금값이 26배 올랐던 1970년대보다, 실질적으로 40~50배 폭등했던 1930년대 대공황 전후의 금융 슈퍼 사이클과 가장 흡사하다"며 "현재의 상승은 전체 사이클의 무릎에도 오지 않은 초기 단계"라고 주장했다.


AI·신재생에너지가 끌어올릴 '은(Silver)'의 반란

이날 인터뷰에서 조 대표는 금과 함께 은(Silver)의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1:15 수준이던 '금은비(Gold-to-Silver Ratio)'가 현재 1:60까지 벌어졌다"며 "이는 은이 금 대비 극도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뜻으로, 거대한 사이클 속에서 은이 금보다 4배 이상의 탄력적인 폭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은은 AI 반도체,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에 필수 불가결한 산업재다. 조 대표는 "가격이 올라도 전기차 생산을 멈출 수 없듯 은의 수요는 극도로 비탄력적인데, 전 세계 은 정제 기술의 60%를 독점한 중국이 최근 수출 통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공급망 병목 현실화 시 은 가격의 폭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결론: 횡보장이 주는 마지막 기회

조 대표는 길어도 내년 3월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 횡보장이 투자자들에게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승 사이클에 진입한 자산에서 함부로 내리는 것은 시간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라고 경고하며 "국내 금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저렴해지는 '역(逆)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현재, KRX 금시장이나 골드바를 통한 실물 투자를 적극 고려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단기적 이슈에 흔들리기보다 10년을 관통하는 거대한 사이클의 흐름에 올라타야 할 때라는 게 조 대표의 마지막 당부다.

▶▶조규원 스태커스 대표 인터뷰 풀버전은 유튜브 채널 <CBS경제연구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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