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vs 한강버스' 달리기 대결…잠실-여의도 17㎞ 승자는?[페이스메이커]

[달리는 인간 vs 한강버스]
"차라리 뛰는 게 빠르다" vs "그래도 한강버스가 더 빠르다"
맞대결 승자는?



"한강버스 타느니, 뛰는 게 더 빠르겠다."

정말 그럴까요?

CBS노컷뉴스 기자가 '서울시 한강버스'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한강버스는 운행 시작부터 '교통수단치고 너무 느리다'는 비판에 부딪혔습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뛰는 게 더 빠르겠다", "한강버스에 비하면 따릉이는 초고속 이동 수단" 등 조롱까지 나왔습니다.

무모하지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한강버스가 느리다고 한들, 설마 두 발로 뛰는 사람보다 느릴까?

이우섭 기자 VS 한강버스 맞대결
코스 : 잠실 한강버스선착장 ~ 여의도 한강버스선착장
총거리 : 17.26㎞
일시 : 2026년 봄 어느 날, 오전 10시

대결 상대는 오전 10시에 잠실에서 출발하는 한강버스. 정각이 되자 한강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기자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출발 직후 머릿속에는 과거 예능 '무한도전'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비슷한 도전을 하게 된 데에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한강버스와 달리기 대결 중인 이우섭 기자. 독자 제공

이는 기록으로도 드러났습니다. 초반 3㎞를 3분대 페이스로 달렸습니다. (1㎞ 3분 54초·2㎞ 3분 47초·3㎞ 3분 59초)

상대를 이미 앞질렀습니다. 뒤따라오는 한강버스를 두고 '셀카'를 찍을 여유까지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두 K-팝(POP) 걸그룹 에스파(aespa)·엔믹스(NMIXX)의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끊임없이, 힘차게 다리를 움직였습니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오버 페이스다.'

아직 3㎞밖에 뛰지 않았고, 남은 거리는 14㎞ 이상. 무리하면 후반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게 러닝이기에 속도를 조절했습니다. (4㎞ 4분 05초·5㎞ 4분 08초·6㎞ 4분 20초·7㎞ 4분 10초·8㎞ 4분 44초·9㎞ 4분 21초· 10㎞ 4분 16초)

10㎞ 지점을 41분대에 통과했습니다. 한강버스와 격차를 넉넉히 벌렸습니다.

한강버스 내부에서 찍은 압구정 선착장 모습. 잠실에서 출발한 한강버스는 뚝섬, 옥수, 압구정을 거쳐 여의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독자 제공

한 시민에 의하면 기자가 잠수교(약 10㎞ 지점)에 도착했을 당시, 한강버스는 아직 압구정 선착장이었습니다. 한강버스는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총 3개의 선착장을 거칩니다. 뚝섬, 옥수, 압구정에 멈춰 승객들의 승하차를 돕습니다.

해당 시민은 "승하차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지는 않았지만, 환승 시간 자체가 꽤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압구정-여의도 구간은 중간에 선착장이 없기 때문에, 한강버스도 이 구간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습니다.

기자는 이 점을 간과했습니다. 대결이 한창이지만 승리를 단정 지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페이스를 더 늦췄고, 여의도에 진입해서는 63빌딩 앞에서 사진을 찍는 등 서울의 봄 풍경을 즐겼습니다.

그럴 때가 아니었습니다. 도착 지점까지 약 2㎞를 남기고 뒤를 돌아보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한강버스가 바로 뒤까지 추격해 온 것입니다.(11㎞ 4분 20초·12㎞ 4분 28초·13㎞ 4분 07초·14㎞ 4분 20초· 15㎞ 4분 29초·16㎞ 4분 21초)

다시 속도를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안간힘을 짜냈습니다. 마지막 1㎞를 4분 10초 페이스로 버텼습니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뛰며 작성했습니다. 이우섭 기자

기자는 이날 오전 10시 3분 잠실부터 달리기 시작해, 오전 11시 19분 여의도에 도착했습니다. 1시간 16분 25초가 소요됐습니다.

한강버스는 오전 10시 정각에 출발해, 예정됐던 도착 시간인 오전 11시 22분 여의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도착 시간 기준으로는 약 3분, 총시간으로는 5분 35초 빠르게 결승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이우섭 기자와 한강버스의 달리기 대결은 기자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4월 한강버스 탑승객 '역대급'…역경 딛고 시민 신뢰 회복?


올해 4월 한강버스 탑승객은 7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한강버스 탑승객이 7만 552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강버스는 출범 전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정책 사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 오 시장은 "적자를 감수하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다"며 사업 추진 의사를 뚜렷하게 전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버스 정식 운항 시작일인 지난 18일 오전 한강 여의도 선착장에서 한강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운행 시작 전부터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당초 2024년 10월 예정이었으나, 세 차례나 연기돼 이듬해 9월이 돼서야 첫 운항을 하게 됐습니다.

출항 이후에도 잡음은 이어졌습니다. 첫날부터 선내 화장실 변기에서 물이 역류하는가 하면, 이틀 만에 팔당댐 방류 여파로 운항이 중단됐습니다. 잦은 고장과 지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습니다.

핵심 논란은 '속도와 효율성'이었습니다. 출퇴근용 대중교통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이어졌습니다.

정원오 당시 성동구청장은 "유람이나 관광용으로 활용한다면 의미가 있다"면서도, "대중교통으로는 힘들다. 시민들이 여가를 보내거나 관광객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 장점을 살리는 길"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고민정 의원도 "출퇴근용으로 만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두 시간이면 제주도도 다녀오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역경을 거친 한강버스가 안정을 찾고 시민들의 신뢰를 얻은 것일까요? 앞서 언급한 2026년 4월 한강버스 이용객 기록은 운용 이후 월간 최다입니다. 서울시는 "일상 교통과 관광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현장 목소리는 '글쎄'…"대중교통 대체는 무리"


한 시민이 한강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우섭 기자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는 사뭇 달랐습니다.

이날 한강버스를 이용한 조정길(50)씨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반 대중교통을 대체하기에는 무리"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조 씨는 "그냥 관광용으로 좋은 수준이다. 출퇴근용으로는 절대 안 될 것 같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 탈 수 있는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정환(33)씨 역시 "실제로 타보면 생각보다는 빠르다"면서도 "그래도 지하철이랑은 비교가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이어 "저렴한 관광용 유람선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대결은 어디까지나 이벤트성 실험이었습니다. 러너 한 명의 기록과 대중교통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한강버스가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완전하게 들어오기 위해서는, 풍경만이 아니라 속도와 편의성에서도 설득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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