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일부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비거주 1주택자가 세를 놓은 상태로 집을 팔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아파트 거래시 실거주 의무를 유예한 것이다. 무주택자 매수에만 해당한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로 예상되는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보유세 인상 등이 유력해 보이지만, 실제 구체적인 세제 개편은 지방선거 이후 발표될 것이기 때문에 미리 움직일 이유가 없다. 지레 겁 먹고 팔기에는 선거 결과, 경제 흐름, 규제 예외 인정 기준 등 변수가 너무 많다.
정부가 예상대로 보유세를 강화한다면 시장에 매물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요도 함께 늘 것은 뻔하다. 비거주 1주택자가 집을 판 돈을 어떻게 할까? 주식에 투자할까? 아마도 다른 집을 구매해 실거주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의도와는 반대로 집값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거듭 지적하지만 서민 주거 불안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보다 평균 0.28% 올랐다. 15주 만의 최고치로 상승률이 2배나 커졌다. 성북구(0.54%) 등 중위권 이하 지역의 상승은 더욱 가팔라졌다. 특히 강남구마저 석달 만에 상승 전환하며 서울 전 지역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세값 역시 0.28% 상승하며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0을 넘어 지난 2020년 11월(192.3)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전세를 구하려 줄을 서고 면접을 보는 2020년의 풍속도가 이미 재현되고 있다.
서울에선 전세가 말 그대로 씨가 말라가고 있고, 반전세나 월세 물량도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그동안 전세 사기 문제로 기피했던 빌라나 오피스텔의 문을 두드리는 세입자들이 늘면서 빌라 전셋값도 오르고 있다. 30대 젊은 층에서는 본가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무주택 임차인이 집을 사면 전월세 공급도 빠지지만 수요도 줄어 총량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거듭 지적하지만 전세가율이 40%가 안되고 대출 규제까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살던 집을 매입할 수 있는 세입자는 많지 않다. 최고 6억원까지 대출 가능한 10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시장이 불타고 있는 이유이다.
전세 세입자들은 비거주 1주택자의 집이 팔릴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못하고 집을 비워 줘야 한다. 세입자가 다른 구역에 집을 사고. 그 집에 살던 세입자가 그 옆 구역으로 이동하면서 세입자들이 차례차례 외곽으로 밀려나는 움직임은 올 여름 세제 개편 이후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신규 공급마저 가뭄인 상황에서 실거주 유예가 끝나는 내년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보유세를 늘려 집을 팔도록 하겠다면 양도세를 낮춰 실제로 팔 수 있게 퇴로를 열어 줘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집을 살 여력이 없는 전세 세입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대로라면 '전세 난민' 신세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