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 헌법에 새겨야"…UN 인권 수장도 강조했다

볼커 튀르크 UN 인권최고대표,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인권과 민주주의는 이념 아냐…5월 광주 정신 헌법 새겨야"

14일 오전 11시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볼커 튀르크 UN 인권최고대표가 헌화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

"인권과 민주주의는 이념(ideology)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자 공동체를 지탱하는 뼈대입니다"
 
14일 오전 11시,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볼커 튀르크 UN 인권최고대표는 5월 정신의 보편적 가치를 역설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무산된 것에 대해 "UN은 언제나 모든 국가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며 "그러한 방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명확한 소신을 밝혔다.
 

방명록에 새긴 신념…"5·18 희생자 기리는 것 매우 중요"

UN 인권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5·18민주묘지를 찾은 볼커 튀르크 UN 인권최고대표는 민주묘지에 방문하자마자 방명록을 남기는 것으로 참배를 시작했다.
 
튀르크 대표는 신중하게 "1980년 5월 18일 민중항쟁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 기억이 전 세계에 깊은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기록을 마친 그는 '민주의 문'을 지나 추념탑 앞에 섰다. 경건한 표정으로 헌화와 분향을 마친 튀르크 대표는 고개를 숙여 민주 영령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다.
 

윤상원·문재학 열사 묘역 참배…행방불명자 묘역서는 '탄식'

튀르크 대표가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의 묘소를 찾아 묵념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

이어 튀르크 대표는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와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문재학 열사의 묘소를 차례로 찾았다.
 
안내 해설사로부터 끝까지 도청을 지켰던 열사들의 최후와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 사연을 전해 들은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묘비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이어서 튀르크 대표는 행방불명자 묘역을 둘러보며 '무궁화가 새겨진 묘비는 사진도 없는 행방불명자냐'며 묘비에 새겨진 의미를 묻기도 했다.
 
국립 5·18민주묘지 소장으로부터 '최근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를 수색하고 있는데 어떤 가족들은 실종된 가족이 돌아올까 봐 아직도 대문을 잠그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안타까운 듯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튀르크 대표는 마지막으로 유영봉안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의 영정을 마주했다. 광주의 '대동 정신'과 희생에 대한 설명을 경청한 그는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운 얼굴들을 살핀 뒤 "광주의 정신은 인류가 함께 지킬 보편 가치"라고 말했다.
 
질의응답에 앞서 그는 "이들의 희생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며 "지속가능한 평화는 피해자의 진실과 정의, 배상 그리고 재발 방지에 근거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인권 문제는 양극단에서 정치적으로 갈라져 논쟁할 문제가 아니라,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며 공감대를 넓혀가야 할 사회의 기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광주의 역사가 현재 민주화 투쟁을 겪는 국가들에 "폭력과 억압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고 덧붙였다.
 
UN 인권 수장으로서 처음 5·18 묘역을 찾은 볼커 튀르크 대표 "이 추모의 장소에, 그리고 희생자들의 기억을 이어가는 가족과 생존자들의 강인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소회를 남기며 참배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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