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호섭씨와 고 이동근씨의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측이 재심을 청구한 지 약 3년 만이다. 두 사람은 모두 재심 결정을 받기 전 세상을 떠났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지난 8일 고 김호섭씨와 고 이동근씨 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유족 측은 2023년 6월 재심을 청구했다.
두 사람이 관련된 '동해안 지구 고정간첩단 사건'은 1960년대 동해안에서 조업 중 북한에 납치됐다가 귀환한 어부들에게 불법 구금과 고문을 가한 뒤 간첩 혐의를 적용해 처벌한 사건이다.
유족 측은 당시 수사기관이 장기간 불법 구금과 고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해당 사건에 대해 국가기관의 불법 구금과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사건은 재심 청구 이후 개시 여부 판단조차 수년째 나오지 않으면서 법원의 지연 논란이 이어졌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피해자시민모임과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는 지난달 30일 춘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재심 개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고 김호섭씨와 고 이동근씨 사건은 재심 청구 후 약 3년이 지나도록 재심 개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탄원서와 진정서를 여러 차례 제출했지만 법원은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건뿐 아니라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이 나온 다른 납북귀환어부 사건들도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며 "언제 재심이 시작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납북 귀환 어부는 1950~1980년대 동·서해안 일대에서 조업하다 북한에 납치된 뒤 귀환했지만, 이후 수사기관으로부터 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처벌된 어부들을 말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국가의 불법 구금·고문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관련기사: "납북은 못 막고, 귀환 뒤엔 고문" 어부들이 묻는 국가의 책임[법정B컷]).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과 검찰의 재심 의견까지 있었는데도 수년간 판단이 나오지 않아 유족들의 고통이 컸다"며 "이번 재심 개시 결정을 계기로 다른 납북귀환어부 사건들에 대한 판단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