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트 걷어내고 새 희망 덮다" 세정-부산환경공단 8년의 동행

세정나눔재단 박순호 이사장. 세정 제공

1970년대 산업화의 상징이자, 이제는 1급 발암물질의 온상이 된 '석면 슬레이트'. 부산 지역 도심 곳곳에 여전히 남아 시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이 낡은 지붕을 걷어내기 위해 민관이 다시 손을 맞잡았다.

세정나눔재단과 부산환경공단은 13일 오전 부산 동래구 안락동 부산환경공단 회의실에서 '취약계층 행복가득 지붕만들기' 사업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올해로 8년째를 맞는 이번 협력을 통해 세정나눔재단은 사업비 3천만 원을 전달했으며, 이는 노후 슬레이트 지붕 아래 거주하는 저소득 취약계층 20여 가구의 새 지붕 마련에 쓰일 예정이다.

정부와 부산시는 지난 2012년부터 슬레이트 철거 사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현장의 벽은 높았다. 슬레이트 철거 비용은 국·시비로 전액 지원되지만, 철거 후 새 지붕을 올리는 '지붕 개량' 비용은 가구주가 일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의 생계가 급한 취약계층에게 수백만 원에 달하는 자부담금은 주거 안전을 포기하게 만드는 높은 문턱이었다.

세정나눔재단과 부산환경공단은 바로 이 '빈틈'에 주목했다. 지난 2019년부터 매년 협력 체계를 구축해 가구당 최대 200만 원까지 자부담금을 지원해왔다. 8년간 이어진 이들의 동행으로 지금까지 130여 가구가 석면의 공포에서 벗어났으며, 누적 지원 금액은 2억 원에 달한다.

부산은 과거 석면 공장 25개가 밀집했던 지역적 특성 탓에 슬레이트 건축물이 유독 많았다. 2025년 말 기준 부산의 슬레이트 철거 진행률은 약 55% 수준이다. 여전히 2만 5천동가량의 슬레이트 구조물이 남아있고, 그 상당수가 노후 주택과 무허가 건물에 집중돼 있어 민간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순호 세정나눔재단 이사장은 "노후 슬레이트 지붕 문제는 단순한 미관 개선이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시급한 사회적 과제"라며 "취약계층이 안전한 지붕 아래서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실질적인 나눔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근희 부산환경공단 이사장 역시 "공공의 행정력과 민간의 자원이 결합했을 때 주거 복지의 사각지대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며 "더욱 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정나눔재단은 이번 지붕 개량 사업 외에도 2008년부터 '사랑의 집 고쳐주기' 프로젝트를 통해 330여 가구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등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에 앞장서며 기업 사회공헌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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