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이후 10년…일본은 왜 '지방 창생'을 말하나

1729개 지자체 데이터로 본 지역 생존 전략

와이즈베리 제공

10년 전 일본 사회를 흔든 말은 '지방 소멸'이었다. 인구 감소가 계속되면 일본의 절반에 가까운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 후속작 '지방 창생'은 이제 경고를 넘어 설계도를 제시한다.

'지방 창생'은 일본 민간 싱크탱크 인구전략회의가 전국 1729개 지자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저출생과 지방 소멸 대책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한 책이다. 전 총무대신 마스다 히로야와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미무라 아키오를 중심으로 산학관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한국어판에는 마강래 중앙대 교수와 전영수 한양대 교수의 특별 기고도 실렸다.

책의 핵심은 '모든 지역에 같은 처방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인구전략회의는 지역의 인구 이동이 없다고 가정한 '봉쇄 인구'와 실제 이동이 계속된다는 '이동 시나리오'를 함께 분석한다. 이를 통해 어느 지역은 출산율 회복이 중요하고, 어느 지역은 청년 유출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한지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개념은 '블랙홀형 지자체'다. 자체 출산율은 낮지만 다른 지역에서 청년층이 계속 유입돼 겉으로는 인구 감소가 드러나지 않는 지역을 뜻한다. 일본에서는 신주쿠구, 도시마구 등 도쿄 23구 일부와 오사카시, 교토시가 여기에 포함된다. 책은 이런 대도시 역시 지방의 청년 유입에 의존할 뿐, 자체적인 인구 재생산력은 약하다고 짚는다.

저자들은 인구 감소를 단순히 출산 장려금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청년, 특히 육아 부담을 크게 지는 여성의 현실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미래 세대에게 어떤 사회와 지역을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책이 제안하는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는 '정상화 전략', 다른 하나는 인구가 줄어든 뒤에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강인화 전략'이다. 정상화 전략이 성공하더라도 2100년 일본 인구는 현재의 3분의 2 수준인 80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그래서 책은 적은 인구로도 생산성과 다양성을 갖춘 사회를 만드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어판 특별기고에서는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고, 비수도권의 소멸 위험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구와 부산 같은 광역시도 청년 유출로 도시 유지와 고용 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설명한다.

책은 줄어드는 인구를 전제로 노동, 교육, 산업, 복지, 양육, 재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이 무너지면 수도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 지방의 미래가 곧 국가의 미래라는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인구전략회의 지음 | 김영혜 옮김 |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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