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이잖아요. 이재명, 전재수랑 3박자가 맞아요."(하정우 전 청와대 AI수석 지지자, 70대 상인)
"부산에 50년째 사는데, 아무래도 여그(부산) 사람이 있으면 거길 밀어줘야제."(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지지자, 60대 택시기사)
"일 잘할 거 같아요. 예의 바르고, 사람도 좋은 거 같고."(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지지자, 40대 주민)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최대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부산 북구갑의 열기가 뜨겁다. △하정우(더불어민주당) △박민식(국민의힘) △한동훈(무소속) 후보는 지난 10일 동시간대 선거사무소를 열면서 일제히 세 대결에 나섰다.
소위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으로 유명세를 탄 하 후보는 "당·정·청 원팀"을, 이 지역에서 재선 의원을 지냈던 박 후보는 "진짜 북구 사람"을 각각 슬로건으로 민다. 반면, 지역 연고가 가장 약한 한 후보는 "북갑을 '진짜 갑(甲)'으로 만들겠다"며, 대권 주자로서의 영향력을 어필 중이다.
'여당 프리미엄'을 업은 하 후보가 여론조사상 부동의 1위지만, 야권 단일화라는 막판 변수가 남아 있다. 그렇다면 선거 직전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 11일 지역을 돌며 현지 유권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날은 세 후보의 베이스캠프가 꾸려진 직후였다.
유권자들, 이구동성 "박민식·한동훈 단일화 안 될 듯"
이날 찾은 북구 구포시장은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였다. 구포 1동에 거주한다는 상인 A씨는 한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면서 "(보수 후보를) 단일화해야 이길 수 있다. 그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퍽 단호하게 들리는 어조였다.
시장에서 40년 넘게 속옷 장사를 했다는 70대 김영자씨는 "절대 단일화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박민식·한동훈이) 같이 출마하면 하정우가 되기 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가상 양자대결 시엔 두 후보 다, 하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인 것으로 나왔지만, 3파전으로는 하 후보가 계속 선두인 상황이다.
하정우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여권 지지층도 보수진영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다. 잡곡가게를 운영하는 75세 여성 B씨는 "(박·한 후보가) 안 할 거 같다. 그리고 단일화를 해도, (당선) 안 될 것"이라며 "그게 바닥 민심"이라고 했다.
박민식 후보 지지자인 70대 김모씨 역시 "(박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큰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을 위해" 한 후보가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민식이 던진 '한동훈 외지인' 프레임 작동하나
이런 가운데 박 후보는 한 후보를 겨냥, "이번 선거는 가짜 북구 주민 대 진짜 북구 사람의 싸움"이라고 규정하며 한 후보를 철저히 외지인화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이 때문인지, 한 후보의 비(非)연고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50대 시간강사 김진아씨는 "서울에서 내려온 게 뜬금없기로는 한 후보가 가장 크다"며 출마의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집만 전세를 얻었다고, 부산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북갑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알까 싶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지 정당을 바꿨다는 70대 장모씨는 한 후보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게 더 문제라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 되겠다고 나왔으면서, 지지자가 '청와대 가라' 한다고 냉큼 받아서야 되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에 비해 박 후보는 자신이 '구포시장 월남댁의 아들'임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역에 밀착했다.
한 후보 지지자인 심은숙(57·여)씨조차도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은 '동네 사람'인 박민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북갑에서 국회의원을 지냈을 때의 성과와 이후 출마지를 옮겼던 박 후보의 이력이 '마이너스'로 인식되기도 하는 모습이다.
스스로 중도층을 표방한 '구포 토박이' 박성범(41·남)씨는 "후보들 다 '북구를 위해 일해줄까' 하는 의구심은 든다"면서, 박 후보를 집어 "(의원을) 오래 했는데 북구에서 큰 일을 한 건 없다고 본다"고 했다.
30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던 정모씨도 "원래는 지역사람을 찍어주는 게 맞지만, 이번엔 잘 모르겠다"며 "(박 후보는) 여기 계속 있었으면 3선이건 몇 선이건 했을 텐데, 왜 서울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부산북갑 유권자들은 여야 지지를 떠나 대체로 '박민식·한동훈 단일화'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소한 '아래로부터의 단일화'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는 게, 민심 청취 후 내린 잠정적 결론이었다.
선택 유보한 무당층…"전재수 좋았지만, 하정우는 '글쎄'"
한편, 같은 날 거리에서 만난 비교적 젊은 유권자 중엔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무당층도 상당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앞서 3선을 한 전재수 전 의원을 호평했고, 당만 보고 사람을 뽑진 않겠다는 목소리를 공통적으로 냈다.
박 후보의 모교인 구포초 앞에서 만난 40대 학부모 김모씨는 "전 의원이 워낙 일을 잘해서 지지했었는데 지금은 (후보 전원이) 이 곳의 일꾼 같지가 않다"며 "북갑이 낙후된 지역 이미지를 탈피할 만한 공약을 내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언급했다.
미술학원을 하는 B씨는 한 후보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하면서도 "100% 정한 것은 아니다. 공약이나 전단지를 볼 것"이라며 입장을 유보했다.
저학년 자녀를 둔 박씨는 "한 후보는 그냥 자리가 비어서 왔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하 후보와 박 후보 중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손 털기' 및 '오빠 논란'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른 하 후보에 대해선 "오해는 살 만하나, 결정적인 건 아니라고 본다"고도 했다. 다만, '전재수의 후배'라는 타이틀만으로 표를 주진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