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이 숨진 대전 안전공업 화재와 관련해 같은 업체의 대화동 공장에서도 심각한 안전관리 부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노동당국은 불이 난 문평공장과 유사한 위험 요인이 곳곳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전고용노동청은 지난 3월 26일부터 약 열흘간 안전공업 대화공장에 대한 긴급 감독을 실시한 결과, 사법처리 32건과 과태료 약 1억 2700만 원(29건)을 부과하고, 9건에 대해 시정개선을 요구했다고 12일 밝혔다.
노동당국은 대화공장이 과거 안전공업 본사로 사용됐던 만큼, 화재가 발생한 문평공장과 동일·유사한 위험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반에 대한 감독을 진행했다.
감독 결과 현장에서는 형식적인 안전교육과 미흡한 안전관리 체계가 확인됐다.
노동자들에게 교육 서명만 받거나 유해·위험 작업 종사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하지 않은 사례가 적발됐고,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도 7건 확인됐다.
작업장 환경도 열악했다.
문평 공장 화재 당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절삭유와 오일미스트가 대화 공장에서도 바닥 곳곳에 퍼져있었고, 천장과 벽, 설비 전반에는 기름때가 쌓여 있었다.
비상통로 관리 역시 미흡했고 일부 안전통로는 기준에 맞지 않게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계·설비 안전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회전체 방호 덮개가 없는 설비와 프레스 방호조치 미설치, 크레인 훅 해지 장치 불량 등이 확인됐으며, 인화성 액체 관리와 화재·폭발 예방 조치도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 보건 관리도 부실했다. 오일 미스트와 유증기를 배출해야 하는 국소배기장치에 후드가 설치되지 않았고, 관리대상 유해물질 취급설비에 대한 작업수칙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밀폐공간에 출입금지 표시 미부착, 특수건강진단 미실시 사례 등이 적발됐다.
노동당국은 특히 대화공장의 낮은 층고와 좁은 설비 간격, 부족한 집진 용량 등으로 유증기와 오일미스트가 작업장 내부에 체류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공간은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어려운 구조였지만,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동당국은 작업장 전반의 유증기·오일미스트를 제어할 수 있는 작업 환경 개선과 노후·파손 설비의 전반적인 개선, 화재 대피 경로 확보, 안전관리 전담인력 배치, 실효성 있는 위험성 평가 실시 등을 요구했다.
또 산재조사표 미제출 사례 7건에 대해서는 산업재해 은폐 여부를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문평공장에 대해서도 향후 작업 재개 시 특별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마성균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은 "이번 감독 결과는 단순한 법 위반사항이 아니라 생산 중심의 경영 방식과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 결핍이 종합적인 결과물로 드러난 것"이라며 "등한시해왔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안전관리 기준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월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인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불로 14명의 직원이 숨지고, 63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