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싣는 순서 |
| ①'민원인과 성관계' 군수 파면되던 날, 유권자들 "수치스럽다" ②'부자 1번지' 의령 군수 흑역사…유권자들 "우리시대는 끝" (계속) |
때문에 의령은 '성공 DNA'가 흐르는 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10여년 사이 '부패와 실패 DNA'가 역병처럼 퍼지고 있다. 군수들이 잇단 비위 행위로 수사를 받거나, 법원 판결로 인한 '군정 공백'이 발생했다.
실례로 2014년 당선된 오영호 전 군수와 2018년 당선된 이선두 전 군수는 불법 선거 자금 조성(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심지어 이 전 군수는 2020년 선거구민에게 식사비를 대납하는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300만 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아 군수직을 잃었다.
2021년, 2022년 재선에 성공한 오태완 군수도 임기를 시작하자 마자, 공직선거법과 강제추행, 무고죄 등 3개의 사건에 연루돼 임기 내내 재판을 받으러 다녔다. 결론적으로는 일부만 유죄로 선고되면서 군수직 상실 위기를 모면했지만, 행정신뢰도는 그야말로 땅에 떨어졌다. 군민들 입장에서는 역대 군수들의 잇단 중도 낙마와 비위 행위가 낯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11일 의령전통시장에서 만난 김모(78)씨는 "일은 하지 않고 다 뭐든 해먹으려고만 하는 게 의령군정 돌아가는 꼴"이라며 "우리 시대는 끝났고 젊은 사람들이 와서 정치를 해 좀 바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모(62)씨는 "최근 역대 군수들의 부정한 짓을 뉴스로 봤지 않는냐"며 "현직 군수의 죄가 소소하게 보일 정도인데 군민들도 이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발했다. 오 군수가 국민의힘에 공천을 신청하자 나머지 예비후보들이 "성폭력 범죄자"라며 "당헌·당규에 위반된다"며 일제히 반대했다. 그러자 오 군수는 최근 자진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3파전으로 치러지더라도 재선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것처럼 선거에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도 오 군수가 빠지고 예비후보 4명을 대상으로 경선을 진행하려 했지만 참여 실패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선거가 코 앞인데, 아직 후보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정 정당이나 인물이 이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 데는 군민들의 정치 성향도 한몫했다. 의령군은 재·보궐선거를 포함해 모두 10차례 군수 선거를 치렀는데, 이중 절대 다수가 보수 정당 또는 보수 성향 무소속 후보의 승리였다. 특정 정치 성향이 고착된 지역 구조 속에서 후보 검증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부림면 신반시장에서 만난 정모(73)씨는 "누구를 뽑을지 아직 안 정했지만 시골은 보수 쪽 아니겠나"라고 했다. 김모(58)씨는 "의령이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등 인물을 중심으로 보는 부분도 있지만 그 출신도 대개 보수인 만큼 이 동네 색깔은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군수 흑역사(史)'는 한때 '성공 신화의 고장'으로 불렸던 의령이 이제는 '부패의 고장'으로 불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들을 키워낸 '부자 1번지' 의령이 이제는 정치에서도 성공 DNA를 보여줄 수 있을지 다음 선택은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다음 회에서는 부패 원천 차단을 위해 시장실에 스스로 CCTV를 달았다는 전직 시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