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이 아직도 국민의힘에 큰 타격이 되고 있습니다. 계엄령 선포 이후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본회의장에 있었는데, (장동혁) 대표님은 그 중 한 명으로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하셨습니다. 이후 보수집회에선 '탄핵심판의 정답은 기각이다', '이번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은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시고, 고쳐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5개월 후 '우리가 잘못했을 때나 잘했을 때나 하나님은 늘 그 가운데서 말씀하시고 역사하고 계신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하셨습니다. 외신이 시청자와 독자에게 대표님을 소개할 때 이런 부분에서 좀 혼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 판사 출신이신 대표께선 계엄에는 반대하지만 대통령 탄핵은 이뤄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처음엔 계엄에 반대했지만 찬성으로 바뀌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 입장 변화가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참여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대만 기자가 던진 날카로운 질문이다.
불법 비상계엄 이래 1년 6개월이 흐르도록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절윤·絶尹) 문제를 청산하지 못한 국민의힘, 그리고 그런 당의 현주소에 가장 큰 지분이 있는 당대표의 입장을 묻는 취지였다. 제1야당의 최대 현안이 '절윤'이라는 문제의식이 국내 언론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 순간이기도 했다.
예측 가능한 질문에 대한 장 대표의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그는 탄핵이 계엄사태를 푸는 한 가지 방편일 뿐, 최선의 대응은 아니었다는 논지를 여전히 고집했다. 탄핵심판 당시 종교집회 형식으로 진행된 반탄(탄핵 반대) 집회 때 밝힌 입장을 거의 그대로 고수한 것이다.
장 대표는 먼저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50년 넘게 교회를 다닌 교인 등 자신의 정체성을 나열했다. 계엄과 탄핵을 바라보는 시각에 여러 층위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한 것. 그러면서 "'계엄에 대해 법적으로 어떤 입장을 갖느냐'와, '그것이 탄핵으로 가야 된다'고 하는 것이 논리적 일관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①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고 ②관련한 국민의힘 측 지적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채 결론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가 강조한 '공정한 절차'가 지켜졌다면 탄핵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말로 들렸다. 헌재의 인용이 부당한 결과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셈인데, '윤(尹) 어게인' 세력의 목소리가 연상된 대목이다.
더 문제적인 것은, 장 대표가 이같은 '반탄' 입장을 정당화하는 데 성경을 경유한 '종교적 서사'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외면할 때나, 경배할 때나, 우상을 숭배할 때나, 하나님은 늘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있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잘못조차도 하나님께선 결국 하나님의 역사로 만드셨습니다. (심지어) 유다가 예수님을 배신하는 사건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이루고자 하는 구원의 역사를 이루셨습니다. 그게 제가 가지고 있는, 크리스천으로서의 믿음입니다."
장 대표처럼 교인인 기자는 아연해졌다. 통상 개신교에서 절대자가 그의 계획을 이뤄가는 길목에 인간의 실수나 죄악마저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가까운 개념으로 이해된다. '좌우간 결과는 같으니까 괜찮아'란 자기합리화의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통시적 관점으로 보면 계엄이란 부끄러운 사건도 '역사의 일부'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찝찝함은 남는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반성과 쇄신으로 거듭나지 않는 이상, 계엄 당시 집권여당이 사태의 의미를 스스로 축소시키는 발언은 그 자체로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의힘은 최근 반복된 '윤 어게인' 공천 논란으로 '절윤 결의문'의 진정성이 도마에 오른 상태다. "'(하나님이) 가룟 유다마저도 구원 사역에 사용했다'는 말이 가룟 유다를 옹호하는 말은 아닐 것"이라는 장 대표 말이 '세련된 궤변'으로 느껴진 이유다.
"계엄이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어떤 혼란을 가져왔을지 모르겠다"는 말도 뜨악하긴 마찬가지다. 계엄이 곧 '내란'이었다는 것은 정치적 공세가 아닌, 사법부의 판결이다. 미국은 계엄령이 해제된 직후에도 한동안 2차 계엄령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었다. 2024년 12월 3일의 시도가 '무혈'로 일단락됐다고, 국민들이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상황이었나. 장 대표가 정답으로 여겼던 '탄핵 외 선택지'는 그럼 뭔가.
자칫 계엄 옹호로 연결될 위험이 농후한 '반탄 옹호'에 위화감을 느낀 이가 여권에만 있는 것 같진 않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행위를 국민의 선택을 넘어, 마치 초월적 정당성으로 포장하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범여권에선 더 나아가, 일제의 식민사관에 빗대기까지 했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계엄도 한국이 상처를 딛고 또 다른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건'이란 장 대표의 말이 "한국이 일제 식민지 경험으로 근대화를 이뤘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연상케 한다"고 직격했다.
매서운 비판이 비약으로만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또 있다. 기자가 당일 간담회를 지켜보며 가장 많이 겹쳐진 인물은 공교롭게도 윤 전 대통령이었다. 잊을 만하면 옥중서신을 통해, '하나님'과 '예수님'을 운운하는 자칭 크리스천. '절윤'과 '윤 어게인'을 지탱하는 수사가 이토록 흡사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