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AI→스테이블코인까지…미국 달러 패권의 설계도[경제적본능]


이란 전쟁의 진짜 이유 

미국과 이란의 전쟁, 표면적으로는 핵 문제다. 그런데 성상현 중소기업중앙회 투자전략실 부부장은 한 꺼풀 더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 부분이 가장 중요하긴 하다.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거의 올라와 있었고 미국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 저는 지정학·지경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면서 그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시각에서 이 전쟁은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과 맞닿아 있다. 미국은 중국처럼 직접 제조해서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다. 대신 항공모함을 토대로 해상 패권을 지배하면서 물류 패권을 유지해왔다. "패권 국가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금융 패권, 산업 패권, 물류 패권"인데 "그 물류 패권의 핵심이 호르무즈 해협, 말라카 해협, 대만 해협"이고, 중국이 이 세 곳을 뚫고 나오면 해상 물류 패권을 가져가기 때문에 미국이 절대 간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플라자 합의의 재현 ? 이번엔 중국이 대상이다

성 부부장은 지금의 미중 갈등을 1980년대 미일 갈등의 반복으로 봤다. 레이건 정부 시절 일본이 미국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하자 미국은 플라자 합의와 반도체 협정으로 일본을 압박했다. 일본은 말을 들었다. 그런데 지금 그 대상이 중국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런데 문제는 중국은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라며 "이미 미국 GDP의 상당 부분을 쫓아온 상태"라고 말했다.

20년 전 중국이 WTO에 가입할 때만 해도 구조는 단순했다. 미국은 수입, 중국은 수출. 그 사이 세계는 안정적인 자유시장의 시대를 살았다. 과거에 중국은 이쑤시개나 신발 공장이었지만 지금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올라왔고 AI, 로봇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이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 오바마 정부 때부터 시작된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으로 연결된다. 중국에 모든 것을 내주지 않겠다는 미국의 전략이 트럼프 시대에 와서 대놓고 실행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성 부부장은 "오바마·바이든은 동맹국을 신경 쓰면서 예쁜 말도 썼다"며 "그러나 트럼프는 그런 게 없다. 위선이 없어진 것"이라고 했다.

국가 자본주의로의 회귀 — 7살 아이 굴뚝 청소의 교훈

성 부부장은 지금 미국의 방향성을 "국가 자본주의, 중상주의로의 회귀"로 규정했다. 경제학자들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역사적 패턴을 들었다. 그는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도 처음엔 자유시장 훼손이라며 엄청난 반발을 받았고 레이건의 작은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금 그 대통령들이 정책을 못 했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짚었다.

AI 산업의 속도전에서 인권 문제를 모른 척하는 미국의 행태도 역사의 반복이라고 봤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할 때 공장 굴뚝 청소를 7살 아이가 했다는 사례를 들며 그는 "정부가 몰랐을까요? 산업 혁명이 일어나려면 인권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하는데, 모른 척하는 것이고 지금 AI 시대도 똑같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인권을 무시하고 먼저 치고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이 기존 방식을 고수하면 뒤집힌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레이 달리오가 맞다 — 미국 부채는 패권 교체의 신호

미국 국가 부채는 GDP 대비 120%를 넘었다. 성 부부장은 레이 달리오의 분석을 인용해 "국가 부채 이자가 국방비를 초과하면 패권이 넘어간다.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이 다 그랬다. 미국이 지금 그 조건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부채를 갚으러 재정 흑자를 낼 수도 없다. 미국 정부가 적자를 내는 것은 곧 민간에 달러를 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흑자를 내면 민간의 돈을 빨아들여 AI 산업 투자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미국이 선택한 답이 GDP를 키우는 방식이라는 게 성 부부장의 분석이다. 부채를 갚는 게 아니라 GDP가 부채보다 빠르게 커지면 부채 비율이 자동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수단으로 기능하는 게 AI 산업이다.


트럼프가 10년물 금리에 목숨을 거는 이유

성 부부장은 트럼프의 타코(TACO·Trump Always Caves Out)가 이제 주식시장이 아닌 10년물 국채 금리에 연동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준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10년물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내렸는데도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 금리는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연동된다. 미국이 AI 산업으로 성장률을 키우려 하는 한 인플레이션 기대가 붙어 장기 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기업들은 불안해서 투자를 못 한다. 성 부부장은 "금리를 조금만 올려도 금융시장이 붕괴된다. 단기 시장에 레버리지가 엄청나게 껴있는 상황에서 발작이 생긴다"고 진단했다.

성 부부장은 무엇보다 MMF에만 7~8조 달러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돈 있는 사람들의 MMF 수익률이 올라가 양극화만 심해지므로, 금리 인상은 미국 입장에선 답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케빈 워시가 결국 말하는 건, 금리를 내려서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을 올려야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는 논리인 셈이다. 성 부부장은 "인플레가 3~3.5%로 올라간다고 엄청난 긴축으로 돌리는 결정은 안 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정체 — 중국 빈자리를 채우는 설계

그렇다면 미국이 AI 산업에 계속 적자를 내며 투자하려면 국채를 계속 발행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과거에는 중국이 사줬다. 지금은 사지 않는다. 새로운 수요처가 필요했는데, 그게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을 1달러 사면 발행사는 그 1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는 구조다. 93일 이내 단기 국채를 담보로 잡기 때문에 보유자는 안전하다고 느낀다. 성 부부장은 "테더라는 회사 하나가 웬만한 국가들보다 미국 국채를 많이 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 시장을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키우면 단기 국채 수요가 생긴다. 단기채 발행을 늘리면 장기채 공급을 줄일 수 있다. 장기채 공급이 줄면 인플레이션이 높아도 장기 금리가 무한정 치솟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는 "AI 산업은 산업 패권,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패권"이라며 "미국 입장에서 둘 다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니어스 액트, 클래리티 법안 등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유럽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막았다. 화폐 전쟁이다.

비트코인 — 달러가 의지하는 자산

비트코인이 전략적 자산으로 선언된 이유도 이 구조에서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지려면 가상화폐 시장이 살아있어야 한다. 비트코인이 무너지면 스테이블코인도 무너진다. 성 부부장은 달러가 비트코인에 의지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카드로 기축통화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거라고 봤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한다는 건 아니다. 성 부부장은 "미국은 언제든 버릴 수 있다. 금본위제 폐지 때처럼 필요할 때 썼다가 버릴 수 있지만 지금은 버릴 수 없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비트코인은 투자관점에서 유리한 자산이라고 봤다. 반감기 이론으로는 올해 10월 전후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비트코인을 적립식으로 꾸준히 모아가는 건 좋은 전략일 수 있지만 제 말 듣고 몰빵하면 안 된다"고 조언과 경계를 함께 내놨다.

정부가 버릴 수 없는 자산이 최고의 투자처

성 부부장은 이 시대 투자의 원칙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정부가 버릴 수 없는 자산이 이번 사이클에서 제일 좋은 투자처"라고 말이다. 그 자산이 비싸더라도. 반도체, 에너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는 미국이 AI 산업을 포기할 수 없는 한 포기할 수 없는 공급망이다.  삼성전자가 지금 비싸 보여도 과거 대비 4배를 버는 기업이라면 오히려 싸다는 논리다. 인플레이션 용인 국면에서는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의 명목 이익이 올라간다. 주가는 이를 선반영한다.

레버리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경고했다. 그는 변동성의 시대에는 레버리지가 매우 위험하다며 "반도체처럼 변동성이 큰 섹터에 3배짜리를 넣으면 30% 떨어질 때 0이 된다"며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MDD(최대 낙폭)를 미리 설정하고 절대 넘기지 말 것, 공포의 한가운데서 기회를 찾되 레버리지가 아닌 비중 확대로 접근할 것을 변동성 시대의 생존 원칙으로 강조했다. 그는 "부는 언제나 공포의 한가운데서 시작된다. 지정학을 이해하고 경제를 본다면 지금의 불확실성이 누군가에게는 공포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라면서 "투자는 결국 관점의 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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