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인플루언서의 남편과 현직 증권사 간부, 유명 시세조종 전문가, 전직 축구선수 등 주가조작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은 국내 최초로 시세조종 가담자의 '리니언시(자진신고자 형벌 감면)' 신청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사례다.
인플루언서 남편 이모씨는 아내가 피소된 사기 사건 무마를 위해 경찰공무원 등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도 적용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신동환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주가조작 가담자 총 10명을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이중 이씨와 유명 시세조종 전문가 A씨, 증권사 간부 B씨 등 총책 3명은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차명 증권계좌로 통정·가장매매, 고가매수 주문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반복해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 주가를 끌어올려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총 289억 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고 최소 14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추산됐다.
검찰에 따르면 핵심 총책인 A씨는 업계에서 유명한 시세조종 전문가로, 증권사 부장이던 B씨를 선수로 데리고 있던 인물이다. A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를 2009년 개봉 영화 '작전'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했다. A씨와 B씨가 함께 공모해 해당 시세조종 작전을 기획했고, 차명계좌와 자금 등을 대줄 파트너를 찾던 중 재력가로 알려진 양정원씨 남편 이씨를 소개받으면서 범행이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앞서 이씨 등은 시세조종 원금으로 사용할 현금 30억 원을 여행용 캐리어에 담아 B씨의 증권사 사무실로 전달했다. 범행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A씨와 이씨 측이 5대 5로 나눠가기로 약속하고 지난 1월 14일부터 본격적인 시세조종을 시작했다. 이씨 측은 시세조종 자금 등을 제공한 것 외에도 인맥을 동원해 주식에 허위 호재를 퍼뜨리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실제 시장 거래량이 적은 '듀오백'을 시제조종 대상으로 삼았다. '듀오백' 주가는 올해 1월 13일 종가 1926원에서 2월 17일 3965원까지 급등했고, 한때 장중 최고가는 4105원에 달하며 거래량도 최대 400배까지 올랐다. 3월쯤에는 공범의 배신으로 주가가 하락하자 전직 축구선수 출신 인물을 새로 영입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시세조종 사건의 공범인 가담자가 대검찰청에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를 신청하면서 수사가 시작된 국내 첫 사례다. 리니언시 제도는 지난해 1월 18일 자본시장법에 신규 도입됐다.
한편 검찰은 인플루언서 남편 이씨에 대해서는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기소했다. 이씨는 양씨가 피소된 사기 사건 무마를 청탁하기 위해 지난해 2월과 7월쯤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1과 팀장과 경찰청 소속 경찰관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를 기소한 검찰은 현직 경찰관 등 남은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리니언시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서 합동 수사부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은밀히 이루어지는 시세조종 범행의 실체를 3개월 여만에 밝혀냈다"며 "주가조작 사범은 반드시 패가망신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범죄 수익뿐 아니라 시세조종에 제공된 원금까지 끝까지 몰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