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데 따른 배상을 이행하기 위해 전부 개정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올해 10월 8일 시행된다.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전부개정안을 마련해 8일 피해자와 유족 대상 설명회를 개최한다. 다만 법 개정 과정에서부터 일부 조항에 문제를 제기해온 피해자와 유족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기후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 중구 청파로 LW컨벤션 L홀에서 사전 신청한 피해자와 유족 약 100명을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을 설명하고 질의·요구사항을 청취한다고 밝혔다. 설명회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기후부는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별도 공지를 통해 이번 설명회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과 담당 국·과장 및 국무총리실, 국립환경과학원센터장,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처장과 실장 등의 관계자가 참석한다고 안내했다.
기후부는 이번 설명회 취지에 대해 "관련 법에서 위임한 △손해배상금 신청 서류 및 결정 기준 △계속치료비 지급 기준 △건강상태 확인(모니터링) 절차 등에 대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 전 피해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폐 손상 등을 일으킨 사건이다. 2006년 원인 미상의 폐 손상 환자가 발생한 이후,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처음 확인됐다. 정부는 지금까지 구제를 신청한 8065명 가운데 6011명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2024년 6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정부 책임을 인정하면서 기존 '피해구제' 체계는 사실상 '국가배상' 체계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기후부는 지난해 12월 24일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사회적 참사로 인정하고 국가배상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한 뒤 특별법 전부 개정에 나섰다.
오는 10월 8일 개정법이 시행되면 기후부 1차관이 위원장을 맡아 운영해온 '피해구제위원회' 중심의 구제급여 체계는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 체계로 개편된다. 정부는 배상 심의를 지원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소속 지원 조직을 구성·운영하고, 조속한 배상 심의를 위해 가습기살균제 배상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배상 기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개정법 부칙에 따르면 개정 전 법에 따라 이미 피해자로 인정받은 경우, 개정법 시행일에 손해배상 신청을 한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 개정 전 법에 따라 아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신규 신청자는 개정법 시행 후 6개월 이내인 2027년 4월 8일까지 새로 손해배상을 신청해야 한다.
다만 일부 피해자와 유족은 이번 개정 법률에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는데도 기후부가 충분한 소통 없이 사건의 조기 종결을 위해 법 개정을 밀어붙였다고 반발해왔다. 그동안 피해구제 체계에서는 피해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전 정부 대응에 대한 불신도 깊게 누적돼온 상황이다.
또 배상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이 피해자·유족 단체가 수십 개로 나뉘면서, 국가배상 체계 전환을 앞두고도 정부와 협의할 명확한 대표 소통 창구가 없는 상태다.
이들 피해자와 유족 일각에서는 배상 여부와 규모 결정 등에 대한 배상심의위원회의 재량이 지나치게 크다며 기산일·일실수입·위자료·간병비·개호비·배상 수령 주체 등의 기준을 시행령에 명문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시행령 입법예고 전에 반드시 공청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법률 개정 당시에는 공청회가 열리지 않았다.
아울러 기존 피해구제 심의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은 피해자의 재심의 신청권을 보장하는 등 배상 가능성을 폭넓게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
기후부는 이 같은 건의사항에 대한 검토 방향도 이날 설명회 참석자들에게 공유할 계획이다.
금한승 기후부 1차관은 "그동안 아픔과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유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에 맞춰 법 시행 전까지 하위 법령 개정을 완료하고, 국가배상 전환과 피해자 전 생애 지원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