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출정보를 둘러싼 협박 사건이 오히려 '역협박'으로 번지며 정보를 빼낸 사금융 업체 퇴사자와 흥신소 일당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텔레그램 박제방 운영자까지 가담해 억대 금품을 뜯어낸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수사대는 불법 사금융업자를 상대로 협박과 갈취를 벌인 혐의로 흥신소 업자 등 5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불법 사금융업체 퇴사자가 대출 고객 정보가 담긴 저장장치를 무단으로 빼내면서 시작됐다. 해당 업자는 자료 삭제를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했고, 사금융업자는 이를 회수하기 위해 흥신소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흥신소 업자들은 의뢰가 불법이라는 점을 인지한 뒤 방향을 바꿨다. 이들은 퇴사자와 텔레그램 '박제방' 운영자와 공모해 사금융업자를 상대로 되레 협박에 나섰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반출한 정보를 폐기하는 대가로 8천만 원, 텔레그램 박제방에 올린 불법사금융 대표와 가족 등 사진을 지우는 대가로 3천만 원 등 약 1억 1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박제방 운영자는 협박을 위한 별도의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며 피해자 관련 허위 영상물을 올리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다른 채널에서는 범죄 수익을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방식의 자금 세탁도 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운영자는 중고 거래 사기 등으로 얻은 약 7억 원을 가상자산으로 전환했다.
이번 사건은 불법 행위를 해결하려다 또 다른 범죄의 표적이 되는 구조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흥신소를 통한 사적 해결 시도가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해 협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텔레그램 기반 박제방이 다양한 범죄와 연결되는 양상도 확인됐다.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게시물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이후 도박이나 계정 거래 등 다른 불법 행위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사적 보복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불법을 의뢰하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텔레그램 내 박제방 등 범죄 관련 채널을 발견할 경우 신고가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한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