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탈루해 펜트하우스 쇼핑…개미 등친 업체들 무더기 적발

국세청, 코스피 사상 최초 7천 돌파에 건전한 시장 도약 가로막는 주가조작 세력 조사 착수
주가조작·자산 빼돌리기·불법 리딩방 운영 등 시장 교란 31개 업체…탈루 혐의 액수 2조원대
구독자 10만명 유명 유튜브 채널, 회원들 물량받이로 이용해 40억원 시세차익 챙기기도

 
국세청 안덕수 조사국장이 6일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 2차 세무조사 착수를 발표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7천을 돌파하면서 견고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지난해에 이어 허위 정보로 주가를 띄우고 불법 리딩방을 운영하며 시세차익을 올린 업체에 대해 2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주가조작과 자산 빼돌리기, 불법 리딩방을 운영해 시장을 교란한 31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적발된 업체 중 코스피 상장사는 8개, 코스닥 상장사는 15개이며 총 탈세 혐의 액수는 2조 2천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신사업에 진출한다'는 허위 사실을 홍보해 주가를 띄우고 보유한 주식을 소액 주주들에게 떠넘겨 6천억원 규모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업 진출을 미끼로 주가를 조작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리고 회사 자금으로 호화생활 영위한 상장사 A업체. 국세청 제공

주가조작 세력은 제조업체 A사를 인수한 뒤, 허위 신사업을 가장해 200억원의 거짓 세금계산서로 매출을 뻥튀기하고, 사업 여부가 불분명한 현지법인에 투자금 300억원을 송금해 개미 투자자를 유인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자 투기세력은 전환사채를 통해 시세차익을 챙겼고, 물량 폭탄은 고스란히 소액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또 한강뷰 펜트하우스 분양권을 대표이사에게 무상 이전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비용을 처리하는 등 10억원 가량 상장사 자금을 불법으로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피 상장사 제조업체 B사는 수년 전부터 주요 생산기능을 사주가 지배하고 있는 업체에 이전해 제조기술 이전대가 200억원을 받지 않고, 사주가 지배하는 다른 해외법인을 수출거래에 형식적으로 끼워 넣어 유통 마진 30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B사는 또 회계자료를 미체줄해 기준에 미달된 감사 의견을 받는 방법으로 고의로 상장폐지를 추진했다.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 및 거래 정지로 큰 손해를 입었다.

기업 거래구조 사이에 '터널'처럼 자금 유출 통로를 만들어 사주일가에게 자산을 빼돌린 일명 '터널링'업체 15곳도 적발됐다. 탈루한 것으로 추정된 액수는 1조 5천억원이다. 국세청은 이들 업체가 상장된 기업을 개인 소유 회사처럼 취급하며 '통행세'로 기업 이익을 교묘하게 빼돌렸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제조업체 C사는 투자경력 없는 사주 지인이 운용하는 펀드에 5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펀드를 통해 본인이 지배하는 부실기업의 전환사채 100억원을 인수하게 해 법인 자금을 부당 유출했다.

이 회사는 사주 개인의 법률비용 80억원 이상을 대신 지급하거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사주 친인척에게 매년 20억원 이상의 고액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5천억원 이상의 탈루 혐의를 조사해 세금을 추징할 방침이다.

불법 리딩방 업체 5곳도 적발됐다. 이들 업체는 고액의 멤버십 가입을 유도해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유튜브 등으로 입소문을 낸 뒤 투자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과 노년층에게 접근해 '추천주 300% 급등' '3일 내 100% 수익 보장'과 같은 문구로 회원을 모집했다. 이어 추천 주식을 알리기 전 미리 주식 물량을 매집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회원들을 이른바 '물량받이'로 이용해 시세차익을 챙겼다.

10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보유한 리딩방 운영자는 허위, 과장 광고로 회원가입을 유도했으며, 회원들을 물량받이로 이용해 40억 원 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또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를 거래 단계에 끼워 넣거나 가공 비용을 계상하는 방식으로 회사 자금도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이후 두 번째 조사다. 당시 국세청은 허위공시·전문 기업사냥꾼·사익편취 지배주주를 정조준해 6155억원의 탈루를 적발했다.

국세청은 시장 교란행위 뿐 아니라 거래과정에서 얽힌 관련인과 거래행위 전반을 검증해 철저히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재산은닉 등 조세범처벌법 상 범칙행위가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국세청 안덕수 조사국장은 "기업이 번 돈이 주주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의 뿌리를 제거해 규칙을 지키면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신뢰가 쌓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주식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금융당국 및 수사기관과도 적극 공조해 불공정 거래에 엄정히 대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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