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끝내 부산 시민들의 지갑을 본격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6일 동남지방데이터청이 발표한 '2026년 4월 부산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부산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9.09(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지난 2월(2.0%)과 3월(2.0%)에 이어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했고, 지난해 11월 2.5%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이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중동전쟁 장기화, 기름값이 끌어올린 '교통 물가'
이번 물가 상승의 가장 큰 배후는 단연 에너지 가격이다. 중동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제 유가 불안이 국내 석유류 가격에 고스란히 전이됐다. 부산의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무려 23.2%나 치솟았다. 품목별로는 경유가 32.5%, 휘발유가 21.7%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석유류 가격에 민감한 교통 물가는 전년 대비 8.8% 상승하며 지출 목적별 분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국제항공료는 15.9% 급등했다.수치상으로는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 물가지수가 작년보다 8.8% 하락하며 물가 압박을 일부 완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부 품목을 들여다보면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무(-53.8%), 양파(-34.4%), 파(-35.5%) 등 작황이 안정된 품목은 가격이 크게 내렸다. 반면 감자(23.1%), 조기(22.7%), 오징어(15.7%) 등 식탁에 자주 오르는 수산물과 일부 농산물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결과적으로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큰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6%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을 웃돌았다. 시민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압박'이 지표보다 더 무겁다는 방증이다.
서비스 물가도 동반 상승, 공공·개인서비스 '전방위 압박'
에너지발 비용 상승은 서비스 물가로도 옮겨붙고 있다. 서비스 지수는 2.5% 올랐는데, 공동주택관리비(11.6%), 보험서비스료(13.4%) 등이 크게 올랐다.과거 물가 상승이 농산물 작황 부진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했다면, 현재의 상승세는 구조적인 공급망 위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쇼크가 공업제품 제조 원가와 물류비, 서비스 요금에 순차적으로 반영되는 '시차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