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라면서"…공정위, 설탕담합에 990억 감경

제당 3사, 조사·심의 협조 이유로 각각 20% 감경
'매우 중대한 위반' 판단하고도 부과기준율은 최저 15% 적용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약 3조 2천억 원 규모의 설탕 담합 사건을 제재하면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의 과징금을 1천억 원 가까이 감액한 사실이 공정위 의결서에서 확인됐다.

6일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제당 3사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국내 B2B 설탕 공급가격의 인상·인하 시기와 폭을 8차례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최종 의결한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383억 6200만 원, 삼양사 1302억 5100만 원, 대한제당 1273억 7800만 원 등 모두 3959억 9100만 원이다.

그러나 이는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감경이 이뤄진 금액이다. 공정위는 애초 1차 조정 산정기준에서 CJ제일제당 1729억5251만 원, 삼양사 1628억 1460만원, 대한제당 1592억 2356만 원을 산정한 뒤, 3사 모두에 20% 감경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3사가 감액받은 금액은 모두 약 990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의결서에서 제당 3사가 심사관의 조사 단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심리 종결 시까지 일관되게 행위 사실을 인정했고,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출하거나 진술하는 등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을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했다. 의결서에는 제당 3사가 국가적 보호를 받으며 안정적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사업자임에도 코로나19 시기 국민 고통을 가중하고 부당한 이득을 추구했다는 평가가 담겼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부과기준율을 15%로 정했다. 과징금 고시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 15.0% 이상 20.0% 미만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가능한 범위의 하단을 택한 셈이다.

가중 적용도 제한적이었다. CJ제일제당은 과거 법 위반 전력 때문에 과징금을 더 물릴 수 있는 대상이었지만, 공정위는 기본 산정액의 10%만 가중했다. 이후 3사 모두에게 20% 감경을 적용하면서 최종 과징금은 크게 줄었다.

공정위는 제당 3사가 장기간 과점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부당 공동행위가 고착화된 것으로 보이고, 과거에도 같은 상품에 대한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3년간 B2B 설탕 공급가격 변경 내역 보고, 거래처 대상 법 위반 사실 통지, 외부 교육, 자체 조사, 임직원 징계 규정 신설 등 추가 시정조치도 함께 명령했다.

리니언시, 즉 자진신고 감경제도 적용 여부는 의결서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만약 별도의 비공개 감경이 있었다면 실제 감경 규모는 공개 의결서에서 확인되는 990억 원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제당 3사는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조사·심의 협조를 이유로 과징금을 대폭 감경해주고도 결국 법정 공방을 이어가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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