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도 공공성도 놓친 삼성전자 노조…'그들만의 리그' 전락 위기

성과급 투쟁 집중…하청 노동자 연대 외면에 비판 확산
공공성 빠진 쟁의 지적…노동계 안팎에서 명분 부족 지적
투쟁 동력 약화 속 내부 갈등 격화…노조 이탈도 가속
"협력사 기여·국가 지원 고려해야…거대 노조 책임 고민 필요"

삼성전자 과반노조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조합원들이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경찰 추산 3만여 명, 노조 추산 3만 9천여 명이 참여했다. 노조는 회사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했으며,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평택=황진환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사상 첫 대규모 파업을 두고 노동계 안팎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행사하는 정당한 권리임에도, 투쟁의 명분을 지탱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공성과 연대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상급 단체나 시민사회와의 폭넓은 연대 없이 철저히 자사, 그중에서도 특정 사업부의 이익만을 좇는 기업별 노조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6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기성 노동운동과는 확연히 다른 궤적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기성 노동계 역시 대기업 및 공공기관 파업 시 이른바 '귀족 노조'라는 거센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곤 했다.

하지만 이들은 보건의료나 철도 등 사회 공공성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노총 차원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등 노동조건이 극히 열악한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필수적으로 쟁점화하며 투쟁의 정당성을 확보해 왔다.
 
반면 현재 삼성전자 노조의 쟁의에는 사내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을 받는 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한 연대 의식이 철저히 배제돼 있다.

양대 노총의 한 관계자는 "파업할 때 항상 사회 공공성 문제를 걸어왔다"며 "삼성 노조의 경우 공공성은 빠진 채 성과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명분을 쌓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열악한 노동자들을 위해 구호를 외치고 연대하는 최소한의 장치 없이, 그저 고임금 정규직의 밥그릇 챙기기로 비치는 것은 전술적인 실패이자 노동운동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라는 뼈아픈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노조가 내세운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요구의 정당성에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정흥준 교수는 특히 현재의 막대한 이익이 오롯이 정규직 노사만의 노력으로 창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내에는 3만 5천 명에 이르는 하청 노동자가 존재하며, 150여 개로 추정되는 협력업체가 설비와 물류, 부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시설 투자에 따른 막대한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지원 역시 경영 성과의 큰 축을 담당했다.
 
정 교수는 삼성 노조의 요구에 대해 "어느 정도가 정말 노력한 대가인지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성과에는 노동의 기여도 있지만, 세금 투입이나 세제 혜택 등 국가 지원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과가 특정 부문 노동자에게 집중돼야 하는지 아니면 전사적, 나아가 사회적으로 분배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의 요구는 초호황기를 누린 반도체(DS) 부문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이에 상대적으로 실적이 주춤한 가전 및 스마트폰(DX) 부문 소속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노조 활동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이는 결국 단기간에 수천 명이 이탈하는 대규모 노조 탈퇴 사태로 이어졌다.

여기에 지도부의 연이은 실책과 미숙한 대처는 남아 있던 파업의 동력마저 갉아먹었다.

정부의 비판적 기류를 회피하고자 타사 노조에 무책임하게 화살을 돌리면서 불거진 노노 갈등은 뼈아픈 자충수로 꼽힌다. 삼성 노조 측이 대통령의 발언을 타사 탓으로 돌리자, LG유플러스 노조 측은 타사의 투쟁을 왜곡해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비겁한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기성 노동계와의 연대 의식 부재와 고립된 시야를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더욱이 파업 불참자를 관리하겠다는 이른바 비노조 블랙리스트 논란도 기존 노동운동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파업은 노동자의 마땅한 권리지만, 대중의 공감과 타 노동자와의 연대 없이 특정 집단의 경제적 이익만을 좇는 투쟁은 결국 철저한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거대 기업의 과반 노조라는 외형적 세 과시에만 취할 것이 아니라, 그 무게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확립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협력사와의 이익 공유나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적극적인 사회적 환원 방안을 회사와 함께 노조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내외부 비판에 대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초기업 노동조합 설립 취지나 위원장 당선 공약도 '삼성전자 노동자만을 위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하청 노조와의) 연대 의사는 없다. 결이 다르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사내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반수 노동조합인 만큼 근로자 대표로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며 "산재 여부를 따질 때에도 회사 입장이 많이 반영됐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그런 부분을 바꿔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이사회 신제윤 의장은 전날 사내게시판에 메시지를 올려,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노동조합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신 의장은 "막대한 파업 손실과 고객 이탈로 회사 가치가 하락할 경우 주주, 투자자, 임직원, 지역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수백억 달러의 수출과 수십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환율 상승을 유발해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드는 등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회사가 직면한 무한 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합심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발전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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