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독자들이 뽑은 국제 부커상 최고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영국 부커상 재단은 4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 부커상 10주년을 맞아 진행한 독자 투표 결과,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가장 좋아하는 국제 부커상 수상작"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국제 부커상을 받은 10개 작품을 대상으로 지난 2월 중순부터 4월까지 진행됐다. 부커상 재단에 따르면 약 1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채식주의자'를 선택했다.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거부한 뒤 점차 식물적 존재가 되기를 갈망하는 여성 영혜를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과 폭력, 가족과 사회의 억압을 다룬 작품이다. 한강이 2007년 국내 출간한 이 소설은 데버라 스미스의 번역으로 2015년 영국에서 출간됐고, 이듬해 한강과 스미스에게 국제 부커상을 안겼다.
부커상 재단은 '채식주의자'에 대해 수상 당시 "간결하면서도 정교하고, 동시에 충격적인 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투표에 참여한 독자들은 '채식주의자'가 남긴 강렬한 인상을 전했다. 한 독자는 "삶과 트라우마, 연약함,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아름답고 기묘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독자는 "사회적 기대, 순종, 광기, 자율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후 내가 찾아 읽는 소설의 유형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부커상 재단은 이번 결과 발표와 함께 2023년 7월 공개했던 한강과의 인터뷰도 다시 소개했다.
당시 한강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채식주의자'를 썼고, 2007년 출간했다"며 "제게는 힘든 시간이었고, 언젠가 이렇게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이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지, 심지어 작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한강은 국제 부커상 수상에 대해 "다양한 문화권의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제 작품이 알려지는 데 귀중한 도움을 줬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의 인터뷰도 함께 재조명됐다. 수상 당시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대학(SOAS) 대학원생이었던 스미스는 "그 정도의 주목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상금이 정말 컸고, 안도감이 들어 울었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의 국제 부커상 수상은 한국문학이 세계 번역문학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한강의 '흰'은 2018년 국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정보라의 '저주토끼', 천명관의 '고래',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등 한국문학 작품들이 잇따라 국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흐름을 이어갔다.
국제 부커상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영어로 번역 출간된 소설 또는 단편집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이다. 2005년 맨부커상 국제 부문으로 출발했으며, 2016년부터 현재 방식으로 개편돼 작가와 번역가가 함께 수상한다.
'채식주의자'는 이번 투표에서 데이비드 그로스먼의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갔다',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 제니 에르펜벡의 '카이로스', 바누 무슈타크의 '하트 램프' 등 역대 국제 부커상 수상작들과 경쟁했다.
한편 한강은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다시 한 번 끌어올렸다. 국내에서는 2007년 창비를 통해 출간된 '채식주의자'가 부커상 수상 이후 한강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고,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에도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