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응급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태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무려 3시간이 넘도록 이송 병원을 찾아 헤매는 등 도내 응급 분만 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뒤늦게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4일 충청북도와 충북대학교병원 등에 따르면 충북대병원의 산부인과 전문의 5명 가운데 출산을 담당하는 산과 전문의는 2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해외연수 중으로 실제 근무 인력은 단 한 명에 불과해 사실상 야간·휴일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도내 산부인과 전문의 수도 턱없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기준 전국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6070명으로 충북은 전체의 2.24%(136명)에 불과했다. 세종(30명), 제주(66명), 울산(108명)에 이어 4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신생아중환자실(NICU) 역시 도내에서 충북대병원이 유일해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치료가 한 기관에 집중되는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인 '공정한 세상'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응급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사실에 커다란 충격과 함께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전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이 또다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일회성 대응에 그칠 것을 크게 우려한다"며 "국가 필수의료 공급체계 설계 실폐에 대한 근본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책임 분만 체계 제도화를 비롯해 △필수의료 수가 개선 △의료진 형사 리스크 완화 △국가 책임형 인력 공급 모델 등을 촉구했다.
이처럼 공분이 커지자 정부도 뒤늦게 나마 모자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증·권역 모자의료센터,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신생아학회와 간담회를 열고 안전한 분만 환경 조성을 위한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중증도별 모자의료체계를 재정비해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인프라를 강화하고, 다음 달부터 의료 인력·장비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이송 병원을 신속히 결정하는 정보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119구급대와의 협업도 강화한다.
필수의료 인력의 의료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 지원을 확대하고, 의료진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11시 3분쯤 청주시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에 입원 중이던 임신부 A(30대)씨의 태아 심박수가 떨어졌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병원은 태아 상태가 악화되자 충북과 충남, 대전, 세종 지역 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모두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소방당국은 전국 단위 병상 수배에 나서 3시간 20여 분 만에 소방헬기로 A씨를 부산 동아대학교병원으로 이송했으나 태아는 숨졌다. A씨는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