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유 부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으로, 근래 금통위원이 공개 발언을 통해 금리 인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를 방문한 유 부총재는 3일(현지시간)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사이클이 굉장히 강하게 나타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좋아졌고, 정부의 부양책으로 소비 심리도 살아났다" 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지난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지난달까지 7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유 부총재는 "4월에 금리를 동결할 당시 전쟁으로 인해 성장률은 낮추고 물가는 높여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후로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성장률은 당초 예상한 2.0%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물가상승률은 2.2%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사이클이 굉장히 강하게 작용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좋아지고, 정부 부양책으로 소비 심리도 많이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물가와 관련해선 "정부의 여러 물가 정책 대응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외부적 충격과 여러 경제 여건에 따라 이제 금리인하 사이클보다는 인상 사이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 위험이 커진 반면 수출 호조로 경기 둔화 우려가 줄면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갈 가능성이 열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오는 28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연내 또는 특정 시점 이후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신호가 나올 수 있냐는 질문에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5월 말 금통위까지의 상황을 더 보고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현재의 경기 상황이 5월 말까지 지속될 경우 점도표 형식으로 공개하는 금통위원들의 6개월 금리 전망 분포가 2월에 비해 전반적으로 상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 수준과 관련해 "펀더멘털(기초여건)을 볼 때 과거에 비해 높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시장에서 환율이 굉장히 문제 있다고 안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율은 중동 전쟁 발발 이후 1500원 선을 넘나들다가 최근 1470~1480원 부근에서 등락하고 있다.
원화 국제화와 관련해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그 요건을 일괄적으로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현송 신임 총재가 언급한 원화 국제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가 더 많이 쓰여서 환율이 급격하게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급반등한 것에 대해선 "놀랄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올해 1.71%, 내년 1.57%로 예상한 데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한은이 추세적으로 추정한 잠재성장률은 2%에서 2%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라면서 OECD의 전망은 "좀 과하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에 매우 높아진 데 대해서는 "반도체 비중 자체가 커져서 걱정하기보다는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거나 낙수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며 "그러나 낙수효과는 정부 구조조정이나 재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유 부총재는 반도체 호황과 관련해 "반도체 사이클도 최근 사이클이 지금까지 보다는 더 길어질 것이라고 보는 국내외 시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