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최대 30조 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파업을 준비 중인 가운데 가전·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 즉 비(非)반도체 부문 노조원들의 노조 탈퇴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가 조합원의 약 8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담당 DS부문의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우선시하고 있다는 비판 인식이 노조 탈퇴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아 수십조 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는 노조의 강경 행보를 두고 내·외부의 비판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非반도체 부문 노조원들 탈퇴 잇따라…반도체 중심 성과급 요구에 '불만'
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홈페이지에는 최근 DX부문 직원을 중심으로 노조 탈퇴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500건을 넘어선 데 이어 29일에는 1천 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업노조 창립 이후 단기간에 이처럼 대규모 인원이 노조에서 이탈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때 전체 임직원 12만 8천 명 가운데 7만 6천 명 이상이 가입했던 초기업노조는 지난 2일 오후 기준 조합원이 7만 4천 명 대로 줄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DX부문은 노조에서 배제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취지의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상한 없이 지급하라며 이를 제도화하라고 사측에 요구 중인데, 이 요구를 대입하면 초호황기를 맞은 DS부문은 수억원 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원가 상승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DX부문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불만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실적을 보면, DS부문은 53조 7천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DX부문은 영업이익 3조 원에 그쳤다. 노조의 요구안을 그대로 1분기 실적에 적용할 경우 DS부문과 DX부문 성과급은 1인당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가 DS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주춤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에 대해서도 DS부문으로서 동일한 대우를 요구한 점도 DX부문 노조원들의 반발을 자극한 요소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참여하는 스태프에게 최대 300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기로 한 점이 내부 비판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조 탈퇴 움직임에 대해 초기업노조 관계자는 4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조합비가 급여에서 자동 공제되는 '체크오프'를 앞두고 조합원들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가 노조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체크오프에 부담을 느낀 노조원들이 탈퇴를 선택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진행된 투쟁 결의대회에 비반도체 부문 참가자는 100명 정도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애초 DX부문 조합원들은 노조의 행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삼전노조 둘러싼 성과급 논쟁 외부로 확산…씨티 목표주가 2만 원 하향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수십조 원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 중인 삼성전자의 행보를 두고는 외부에서도 비판적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왜 여러분의 협상 테이블에는 삼성전자가 엄청난 성과를 만드는 과정에 함께 한 협력업체, 하청업체, 사내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는 없나"며 "삼성전자의 천문학적 영업이익에 여러 관계 회사와 노동자들의 기여가 있지 않나. 그러면 그 성과를 함께 나눠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파업은 상상조차 힘든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다른 기업 노조의 반발도 샀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부당한 요구를 하면 다른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자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하는 LG유플러스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이에 LG유플러스 노조는 "다른 노동자를 먹잇감으로 돌리지 마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최근 낸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32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은 충당금 반영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각각 10%, 11% 낮췄다. 보고서를 낸 피터 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를 메모리 시장 성장의 장기적 수혜자로 보지만, 노동 파업이 심화하는 가운데 성과급 관련 충당금으로 인한 실적 하방 리스크를 우려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제 폐지와 함께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이번 총파업을 통해 최대 30조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