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시스템의 기본은 모든 것을 '연결'을 전제로 한다는 것입니다"
하리노 요시카주 일본 와카야마현 위기관리부 부과장은 뿌듯한 듯 말했다. "전북도와 순창군은 재난예경보시스템끼리 연결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난 후였다.
CBS노컷뉴스는 지자체의 설비와 호환성 문제 등이 발생해 전북도의 감사와 경찰이 수사까지 이어진 전북도의 재난예경보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월 일본 와카야마현을 방문했다. 와카야마현은 재난경보의 주민 도달률이 100%에 달하는 일본에서도 우수 사례로 꼽히는 지역 중 하나다.
호환성 문제 없는 일본의 비결…"연결하려고 만든 시스템"
2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에서 와카야마 현의 재난경보 담당 공무원들은 "연결이 되지 않아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경우가 있나"는 취재진 질문에 "애초에 연결하려고 만든 시스템인데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은 모순이다"는 취지로 답했다.
발신번호변작과 변이코드 등으로 호환성 문제가 불거진 순창군과 전북도 재난예경보 시스템을 듣고서는 "일본에서는 현과 도 같은 상위 지자체와 시 등의 하위 지자체의 시스템이 통일됐다"며 "일본이라면 연결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업체는 망할 것이다"고 의문을 표했다.
한꺼번에 많은 정보량이 몰려 순차적으로 경보를 보내느라 일부 마을에 재난경보가 늦게 도달하는 일명 '병목 현상'을 두고서도 "일본에서는 20년 전엔 그런 적이 있었지만 현재에는 없는 일이다"며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있는 한국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식자 위원회…전북도 변이코드 등 불필요 기능 거를 수 있어
전북도 재난예경보 시스템에 드러난 변이코드와 발신번호 변작 등 문제를 두고선 "일본의 시스템은 중앙정부의 표준 매뉴얼에 따라 구축된다"며 "이 과정에서 발신번호 변작이나 변이코드 등 특정 업체의 요구에 맞는 사양이 들어가진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특정 업체가 요구하는 사양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은 일본 통신전문가들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중앙정부의 표준 매뉴얼을 기반으로 이뤄지기에 특정 업체의 요구사안을 거를 수 있다는 뜻이다.
요시카와 TCA(전기통신사업자협회) 기획부장은 "시스템을 입찰하는 과정에서 업체의 부당한 요구를 점검할 수 있는 기구가 있으면 좋다"며 "전문 업체에 사업을 발주하고 입찰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지자체에게 ITU규정과 같은 국제 표준을 인지하게 하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사카시타 테쓰야 일본정보통신진흥협회(JIPDEC)도 "일본과 같은 유식자 위원회가 있다면 전북도와 같은 문제는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카시타 이사는 "일본이었다면 보안의 실효성이 없는 변이코드 등 특정 업체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기능 등은 유식자위원회에서 모두 걸러져 최종 단계에선 빠질 수 있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감사·경찰 수사에도 업체 무혐의…'재수사' 필요성 제기돼
전북도와 순창군 간 문제를 두고선 특정 업체가 재난 예경보시스템의 연계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신번호 변작과 변이코드를 심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해당 번호를 승인한 통신사에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시·도 지자체 시스템에 발신번호 변작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통신사와 지자체의 행정처분에도 불구하고 정작 발신번호 변작을 실행한 업체는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와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위반 혐의 등으로 두 차례의 경찰 수사를 받았음에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관계 당국이 이를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이 가운데 전북도 과업지시서 '발신번호에 신호를 탑재하라'는 위법 소지가 있는 문구가 추가로 발견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사안에 맞는 혐의를 적용해 재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시카와 기획부장은 "번호에 신호를 탑재한 일이 일본에서 발생했다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형사 처벌까지 이어졌을 사안이다"며 "일본과 유사한 전기통신사업법을 갖춘 한국도 경우가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