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많게는 40%가 넘는 중3 아이들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EBS 수능 대표 강사인 정승익 영어영역 강사가 중학교 학업 성취도 하위권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정승익 강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강연을 하면 거의 매번 중학교 E등급 비율을 보여 드린다"며 "서로 민망할 수 있는 데이터이지만, 이걸 보여 드리지 않으면 여전히 우리가 교육하는 방식이 괜찮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는 중학교 3학년 국어, 역사, 수학, 과학, 영어 과목별 성취도 분포가 담겼으며 최하위권인 E등급 비율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강사는 "결국 선행학습이 아니라 '현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비율이 전국적으로 30%가 넘는다"며 "이대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그들은 중학교 2학년 수준부터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 수능이라는 시험은 개념의 빈 곳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왜 저렇게 많은 E등급이 존재하는지, 그들은 수업을 집중해서 듣고 있는지, 그들은 독서하고 있는지, 게임에 빠진 건 아닌지, 공부에 동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지, 다양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 "교육열과 생활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도 E등급이 30% 이상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공부가 IQ를 따라간다면 하위권은 소수여야 하는데 지금은 최하위권이 비정상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공부를 멈추게 하는 데에는 분명 '우리 세대'가 하고 있는 무언가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며 "A등급을 위해서 달려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E등급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각 가정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강사의 이같은 주장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 공식 통계에서도 기초학력 저하 흐름은 일부 확인된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국어에서 '보통학력 이상(3수준 이상)'의 비율은 66.7%로, 전년 대비 5.5%p 증가했지만, '기초 미달(1수준)' 비율도 국어 10.1%, 영어 7.2%로 각각 1%p, 1.2%p 늘어났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0~12월 서울 지역 591개 초·중·고교 학생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 분석 결과에서도 고등학교 1학년의 기초 미달(1수준) 비율은 13.8%로, 전년보다 6.8%p 증가했으며, '기초'에 해당하는 2수준 비율도 16.2%, 3.2%p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수업 이해 가능 기준을 '보통(3수준)'으로 보는 점을 고려하면 고1 학생 약 30%는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중학교 2학년 상황도 비슷했다. '기초 미달' 비율은 6.9%로 전년보다 1%p 늘었고 '기초' 비율도 18.5%로 3.5%p 증가했다. 이를 합치면 약 25%에 달했다.
중학생 시기 문해력 저하의 배경으로 학습 난도 상승과 스마트폰 등 미디어 사용 증가를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고 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한국아동 성장발달 종단연구 2025'에 따르면 2008년생 기준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은 초등학교 3학년 1.19시간에서 초등학교 6학년 2.8시간으로 증가했고, 중학교 1학년에서는 6.48시간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울시교육청 검사는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된 만큼 해당 결과를 전체 학생의 학업 수준을 대표하는 지표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