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30대 임산부가 응급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의 한 종합병원으로 뒤늦게 이송됐으나 결국 29주된 태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모의 출혈로 태아의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는 긴급상황이 벌어진 건 지난 1일 밤 11시쯤. 병원측은 상급 의료기관인 충청권 병원 6곳에 이송 가능 여부를 타진했으나 하나같이 전문의 부재로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방당국이 전국에 수소문한 뒤 약 3시간 반 만에 부산동아대학교병원까지 헬기로 이송했지만 태아는 끝내 숨을 거뒀다.
지역의료의 공백은 이미 '사망선고'라 불릴 만큼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 2월 대구에서는 임신 28주차 쌍둥이 산모가 대형병원 7곳으로부터 수용을 거부당했다. 수도권까지 올라와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쌍둥이 중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은 뇌 손상을 입었다. 재작년 추석 연휴에는 25주차 임산부가 병원 75곳에 무려 187통의 전화를 돌린 뒤에야 받아주겠다는 산부인과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8시간 반 동안의 응급실 뺑뺑이였다.
원인은 전문의 절대 부족에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전공의 충원율을 보면 안과와 피부과가 90% 수준인데 비해 산부인과는 48%, 소아청소년과는 13%에 그쳤다. 지역별 편차도 지역의료 공백을 가중시킨다. 2024년 기준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는 서울이 4.67명, 비수도권 일부지역은 2.50명에 그쳤다.
우리는 세계가 찾는 K-의료를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과연 그럴까? 마냥 들떠 있을 때일까? 외국인 환자들이 즐겨찾는 진료 과목별 비중은 피부과가 63%, 성형외과가 11%라고 한다. 이런 편중 현상은 고스란히 미래세대를 떠받치는 산부인과와 소아과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
아이를 낳으려해도 받아줄 분만병원이 부족하고, 아이가 아파도 부모는 밤새 소아과를 찾아 헤매기 일쑤다.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의료시스템이라면 K-의료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해법은 구조적 전환에 있다. 의료인재의 양성과 지역까지 촘촘한 의료시스템의 구축에 힘써야 한다. 분만 인프라의 붕괴가 지역을 넘어 이미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분만 병원의 의료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적절한 보상체계가 시급하다. 전국 응급의료 자원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연결하는 통합 컨트럴타워도 작동해야 한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 기피현상을 막으려면 최선을 다한 의료진을 보호하는 형사처벌 면책 범위의 현실화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