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예경보에 쓰이는 번호가 다른 국가에서 사용되는 번호라구요? 그런데도 아무도 처벌받은 사람이 없습니까?"
지난 1월 CBS노컷뉴스와 만난 일본 전기통신사업자협회(TCA) 요시카와 기획부장은 인터뷰 내내 "이해가 안된다"며 쓴웃음을 뱉었다.
호환성 문제로 도의 감사나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된 전북도 재난예경보 시스템의 문제점을 묻는 자리에서였다.
중국 번호가 도 시스템에?…발신번호 변작 문제된 전북도 재난예경보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19년 전북도 재난예경보 시스템과 도내 지자체의 마을방송을 연계시키는 사업이었다. 시범 사업 지역으로 뽑힌 순창군의 시스템을 전북도와 연결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간 연결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발신번호변작'이 원인이었다. 발신번호 변작은 전화 및 문자를 보낼 때 실제 발신하는 번호 외 다른 전화번호 등으로 표시하는 행위다. 재난예경보 시스템과 같은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지자체는 통신사에 발신번호 변작을 요청하고, 허가된 번호를 발급받아 재난 정보를 보내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순 없다.
그러나 전북도의 시스템에선 도가 통신사에 요청한 3타입의 번호 외에 200개가 넘는 발신번호 변작이 이뤄졌던 것이 밝혀졌다. 당시 문제가 제기되자 도는 감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발신번호가 다른 업체의 시스템을 식별하는 도구로 사용된 것이 드러났다.
중국 가정집에서 실제 사용되는 번호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나의 번호가 두 개의 용도로 사용돼 국제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을 두고 중앙정부가 통신사와 지자체 등에 발신번호 변작을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日 통신 전문가 "일본선 사업자 구속까지…처벌 안 된 한국 놀랍다"
요시카와 부장은 전북도 시스템의 발신번호변작을 두고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재난경보 시스템 외의 목적으로 번호가 사용되는 것을 통신회사가 용납했단 말인가"라며 의문을 표했다.그는 "일본은 재난예경보 등 공공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에 사용되는 번호는 총무성에서 내린 지침에 근거해 만들어진다"며 "목적 외로 사용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번호를 발급해 준 통신사를 언급하며 "번호가 목적 외로 사용됐다면 차단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전화번호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유엔 산하기구인 ITU가 만든 ITU-T 규정을 언급하며 "국제적 표준에 어긋나는 사례다"는 취지로 지적하기도 했다.
요시카와 부장은 취재진에게 전북도가 사용한 발신번호로 인한 문제가 없으려면 해당 번호가 완전히 폐쇄된 시스템에 사용됐는지를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군 통신처럼 완전히 별도로 독립된 시스템에서 번호가 사용된다면 중국에서 사용하는 번호라도 문제 될 것은 없다"며 "그렇지만 전북도의 번호는 주민들에게 전파된다는 점에서 그렇진 않아보인다"고 지적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거짓 정보를 흘리는 통로로 사용될 수 있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서 실제 사용되는 번호라면 의도와 관계없이 전북도 시스템으로 주민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흘러들어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끝으로 "일본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면 경찰은 즉각 수사에 들어갔을 것이고 사업주는 구속됐을 것이다"라며 "한국과 같이 통신강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