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국면을 맞아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133조 9천억 원, 영업이익 57조 2천억 원이라는 한국 기업 역사상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거둬들인 영업이익보다도 더 많은 돈을 1개 분기 만에 벌어들인 것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 담당인 DS부문의 영업이익만 53조 7천억 원으로, 전체의 94% 비중을 차지했다. 메모리 수요 폭증 흐름 속에서 DS부문은 지속적인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노동조합이 수십조 원 대 성과급을 요구하며 다음달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 원가 상승 압박으로 완성품 담당 DX부문의 수익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의 장단기 실적 리스크로 꼽힌다.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익만 '53.7조'…"HBM4 완판"
삼성전자는 30일 사상 최대 매출, 영업이익을 비롯한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9.2%, 영업이익은 756.1% 크게 증가했다.
사업부문별 실적을 살펴보면, 반도체 담당 DS부문의 매출은 81조 7천억 원, 영업이익은 53조 7천억 원이다. 얼마나 남는 비즈니스를 했는지를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66%에 달했다.
DS부문 메모리 사업부는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인공지능)용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폭증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와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모듈 소캠2를 동시 양산하고 판매를 시작하며 메모리 시장을 선도했다"고 평가했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투자자 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메모리 수요가 늘고 있다"며 "당사는 공급 가용량이 고객 수요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고, 수요 대비 공급 충족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부족을 우려한 고객들로부터 내년 수요가 미리 접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공급자 우위 시장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김 부사장은 AI 핵심 메모리이자 삼성전자의 야심작인 HBM4와 관련해선 "차별화된 성능으로 고객 수요가 집중되고 있어 당사가 준비한 생산 물량은 모두 솔드아웃(완판)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BM4 매출은 3분기부터 전체 HBM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고 올해 연간으로도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며 "올해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기술 리더십 유지를 위해 올해 2분기에 7세대 제품 'HBM4E'의 첫 샘플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도 부활 예고…"두 자릿수 이상 매출 성장 예상"
DS부문의 파운드리사업부는 메모리 대비 실적이 주춤했지만, 2분기 본격적인 성장을 예고했다. 강석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HBM4 베이스다이 제품을 비롯한 선단 제품 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며 "1.4나노 공정은 계획된 일정에 맞춰 순조롭게 개발 중이다. 하반기에는 2나노 2세대 공정 기반 모바일용 신제품 양산을 시작하고, 4나노의 경우 메모리향 베이스다이와 신경망처리장치(LPU) 신제품 양산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광통신 모듈 대형 업체 관련 수주에 성공해 실리콘 포토닉스 사업 기반을 전략적으로 확보했다"며 "올해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과거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졌던 파운드리는 테슬라와 애플, 엔비디아와의 협업 사실이 잇따라 알려진 데 이어 AMD와의 동맹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크게 주목받는 상황이다.
같은 부문 시스템LSI 사업부는 1분기에 플래그십 SoC(시스템 온 칩) 판매 확대로 실적이 개선됐다. 향후 부품 비용 상승 압박으로 전반적인 시장 수요 둔화가 예상되지만, 2억화소 센서 라인업 강화 등을 통해 고객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노조 파업 예고에 반도체 타격 우려…李 대통령 "일부 노동자들 과도한 요구"
'실적 질주' 중인 DS부문과 달리 모바일과 TV, 가전 등 완성품을 담당하는 DX부문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이란 전쟁에 따른 원가 부담 가중,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해당 부문의 매출은 52조 7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소폭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3조 원으로 36.2% 감소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DX부문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론칭으로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 원가 부담 가중에도 고부가중심 제품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이익감소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는) 원가 부담 상승으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원가 경쟁력 제고와 구조적 비용 감소를 위한 효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DX부문의 부진에도 DS부문이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여부는 반도체 사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최대 변수로 꼽힌다. 노조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 없이 지급할 것을 제도화하라고 요구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수위를 끌어올려왔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 원에 해당 요구를 적용하면 사실상 45조 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회사에서 해당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파업 시 반도체 생산 차질로 최대 30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반도체 타격론'을 경고 메시지로서 공식화하기도 했다.
투자자 설명회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박순철 CFO는 "파업이 벌어지더라도 전담 조직 및 대응 체계를 통해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법 범위에서 대응하겠다"며 "노조와 대화를 우선해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축인 반도체가 파업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 만이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나만 살자'가 아니고 노동자 모두가 또 국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책임의식과 연대의식도 필요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사측은 노동자를 기업 운영에 소중한 동반자로 대우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 노조도 책임의식을 함께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 노사를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