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지하철 역사의 휴지통엔 후보들의 명함이 수북이 쌓인다. 또 폐 현수막은 선거가 끝나면 늘 처리 문제로 골칫거리다.
빛의 속도로 정보가 돌고, 소셜미디어가 홍수를 이루는 2026년 지방선거에도 오프라인용 공보물의 기능과 역할은 이전 시대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막대한 돈이 지출되고, 환경에도 나쁜 인쇄 공보물은 왜 사라지지 않는 걸까?
서울 서대문구 시의원으로 출마한 예비후보 이해지씨의 경우 전체 선거비용 2200만 원 가운데 공보물과 포스터 제작에만 700만 원이 들었다.
현수막과 사무실 비용까지 더하면 종이와 오프라인 홍보에 투입되는 금액이 절반을 넘는다.
그럼에도 종이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씨는 "SNS는 이미 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에게 알리는 수단이지만, 명함은 처음 만나는 유권자에게 나를 알리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인 후보에게 디지털 플랫폼은 불리한 운동장과 같다. 노출 여부가 알고리즘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반면 명함은 후보가 직접 건네는 순간, 전달과 인지가 동시에 이뤄진다.
일종의 '인적 알고리즘'인 셈이다. 후보가 발로 뛰며 유권자와 접촉하고, 그 접점이 다시 지지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명함 한 장이 단순한 홍보물이 아니라 관계 형성의 매개가 되는 것이다.
현장에서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명함을 건네는 짧은 순간에도 유권자와 소통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눈 인사부터 생활 불편과 지역 현안에 대한 짧은 대화까지 후보 입장에서는 유권자들과의 접촉이 정책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들도 디지털 공보물보다는 종이 공보물을 선호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디지털 공보물에 대한 노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젊은 유권자들에게도 종이 공보물의 효용은 예상 밖으로 컸다.
한 20대 유권자는 "QR코드보다 종이가 편하다"고 말했다. 클릭과 탐색이 필요한 온라인 정보보다, 손에 쥐면 바로 읽히는 종이가 더 직관적이라는 것이다.
관심 있는 후보만 골라 보게되는 온라인 공보에 비해 종이 공보물은 첫 장부터 끝까지 훑게 되는 정보 소비 방식의 차이도 종이 공보물의 차별적 요소다.
한 유권자는 "선거 직전에 집으로 오니까 읽게 된다"며 "후보 전체를 비교하게 되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에게는 더 그렇다. 종이는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전달된다는 공통 매체라서 '최소한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수단으로도 적합하다.
결국 종이 공보물은 낡은 방식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접촉 도구다. 비판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가장 확실하게 유권자의 손에 '도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