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여객기 참사 당시 희생자 유해들이 관계기관의 수색 부실과 관리 소홀로 1년 넘게 방치된 사실이 정부 점검 결과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12·29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해 재발견 논란에 대해 △사고 초기 유해 부실 수습 △1년 이상 장기 방치 경위와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집중 점검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광범위한 '부실 수색' 사실로 드러나…관련 공직자 12명 문책키로
이번 점검은 앞서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이 "사고 초기에 유해 수습이 안된 경위와, 이후 유해가 1년 넘게 방치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있는 관계자들을 엄중히 문책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이에 따라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24일까지 약 한 달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및 국토교통부, 경찰, 소방, 군 등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점검이 실시됐다.
점검 결과 △항공기 사고 수색·수습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없이 △소방·경찰의 미흡한 현장 지휘·감독으로 초기 수색·수습이 불완전하게 이루어졌고 △이후 항철위는 수습되지 않은 유해가 포함된 잔해물을 보관·관리하면서 관련 규정·매뉴얼을 위반하면서 잔해물을 장기간 야적·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점검단은 조사 결과를 각 소관부처에 통보해 업무 부적정 등이 확인된 경찰 1명, 소방 1명, 항철위 6명(현재 국조실 2명, 국토부 4명), 국토부 4명 등 공직자 12명에 대해 문책하는 등 엄정 조치를 요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도 추진토록 할 예정이다.
다만, 소방·경찰 등의 경우 조사 과정에서 현장 수색·수습에 참여한 실무자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사기 저하 등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해 지휘·감독 최고 책임자에 한하여 문책하도록 결정했다.
매뉴얼도 없는 '부실 수습'…수색 종료 당일 유해 발견해도 '그만 하자'
구체적인 점검 결과를 살펴보면, 애초 소방청 업무 매뉴얼인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에 수색·수습 방식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아예 없었다.
이로 인해 현장에 투입된 소방과 경찰 등은 합리적 기준 없이 임의로 수색 구역을 설정한 채 수습 작업에 나섰고, 경험없는 인력이 다수 투입됐는데도 관련 교육을 하거나 구체적 지침을 시달하지도 않았다. '인터폴 재난희생자식별(DVI) 매뉴얼', '미국 NTSB 매뉴얼' 등 해외의 경우 유해 수색· 수습에 대한 구체적 기준·방식 등 규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유해 추가 발견 가능성이 남았는데도 두 차례에 걸친 수색 종료 결정이 제반 현장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성급하게 내려진 사실도 확인됐다.
1차 수색을 총괄한 전남소방본부는 현장에서 유해가 계속 발견되는데도 '추가 유해가 없다'고 허위로 보고하며 지난해 1월 7일 수색 종료를 결정했다. 심지어 수색 종료를 결정한 당일에만 경찰이 현장에서 유해를 6점이나 발견했다.
2차 수색을 담당한 전남경찰청은 유족과 합의해 수색을 마쳤지만, 종료한 다음 날인 지난해 1월 16일 유해가 추가로 발견된 사실을 알면서도 추가 수색 필요성을 검토하지 않고 덮었다.
항철위, 규정까지 어기며 유해 섞인 잔해물 14개월간 야외 방치…유가족 수색 요구도 외면
항철위는 관련 규정 등을 위반하면서 유해가 섞인 잔해물을 14개월간 야적·방치하고, 유가족의 재수색 요청에도 즉각 대응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항철위는 지난해 1월 16일부터 이틀간 사고 현장에서 잔해물을 수거하면서 유해나 유류품 등의 혼입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관련 '항공기 사고 및 준사고 조사 매뉴얼'에 항철위와 관련기관이 모든 유해가 수습될 때까지 현장을 공동 통제하도록 한 규정을 어긴 것이다.
또 같은 매뉴얼에는 항철위가 △현장조사 이후 단계의 조사 계획고 △잔해 정밀조사 계획을 반드시 세우도록 했지만, 이를 어기고 잔해물 수거 이후 조치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이렇게 수거된 잔해물은 처름 톤백마대와 그물망에 잔해물을 담았던 그대로 야외에 14개월이나 방치됐다.
관련 규정에는 잔해물을 눈·비를 피해 안전하게 보관·관리하도록 명시했지만, 격납고 등 보관 장소를 따로 마련하지 않고 무안공항의 아스팔트 도로 위에 지난해 1월 17일부터 올해 3월 26일까지 방치됐다.
심지어 지난해 9월 유가족들이 잔해물을 다시 수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항철위는 이를 전달받고도 5개월 이상 관련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
올해 1월 13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실사하기 전 현장답사에서 우연히 잔해·유류품을 발견했을 때조차 추가 수색 여부는 검토하지 않고 발견된 잔해만 수거했고, 이 과정에서 발견 상태를 기록하거나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 등 매뉴얼을 위반했다.
한편 국토부의 부실한 업무 처리도 함께 드러났다.
우선 국토부는 항철위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는데도, 사고 초기에 법 취지에 맞지 않는 하위 매뉴얼을 근거로 들어 국토부의 지휘·감독을 받는 중앙사고수습본부 아래 항철위를 뒀다. 또 이후에도 언론·국회에 대응해야 한다며 항철위에 불필요한 자료를 요구해 제출받은 일도 확인됐다.
무안공항에 APU 남았다…APU 수거 후 추가 조사 등 조치토록 통보
또한 무안공항에 적재된 잔해물 가운데 보조동력장치(APU)가 포함된 동체 일부도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기 엔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APU를 가동하면 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 산소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다.
점검단은 항철위가 이미 사고 당시 APU 작동 여부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사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향후 사고 조사에 빈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철위가 해당 동체를 수거해 추가 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통보할 예정이다.
점검단은 "이번 점검은 현재 경찰 등 유관기관에서 진행 중인 사고 발생 원인 규명과는 별개로 희생자 유해가 장기간 미수습된 경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하였으며 뒤늦은 유해 수습으로 인해 추가적인 고통을 겪고 계신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신속하게 실시했다"며 "비록 이번 점검 결과가 희생자 유가족분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간 제기되어 왔던 사고 초기 유해 부실 수습과 장기 방치에 대한 의혹 해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