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는 국내 시장에서 K팝 시스템에 따라 완성도 있는 그룹으로 빌드업되었고, 일본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국민 가수 반열에 오른 게 아닌가 싶다." (김진우 음악 전문 데이터저널리스트)
"국립경기장 3일 공연은 한 그룹의 흥행 기록을 넘어, 한국 걸그룹이 일본 음악 시장에서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좌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황선업 음악평론가)
지난 주말 일본에서는 K팝 가수의 대형 공연이 동시에 열리는 '골든 위크'가 펼쳐졌다. 2013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로 닛산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그룹 동방신기(TVXQ!)는 7만 5천 석 규모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에스파(aespa)는 5만 석 규모의 도쿄돔에서, 밴드 데이식스(DAY6)는 1만 석 규모의 게이오 아레나 도쿄에서 각각 팬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공연장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건 올해 데뷔 11주년을 맞은 그룹 트와이스(TWICE)였다. 트와이스는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도쿄 국립경기장 입성을 알린 바 있다. 일본 현지에서도 최고의 상징성을 자랑하는 장소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회당 8만 명, 이틀 동안 16만 관객을 동원했다. K팝 가수로서는 물론, 해외 아티스트로서도 최초로 단독 공연을 열어 또 하나의 굵직한 신기록을 쓰게 됐다.
데뷔곡 '우아하게'(OOH-AHH하게)부터 인기를 끌었고, 나오는 곡마다 연달아 히트시키며 3세대 대표 걸그룹으로 우뚝 선 트와이스. 데뷔 2년여 만인 2017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이래, 트와이스는 쉬지 않고 공연장 규모를 키워갔다.
국내에서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시작해 잠실실내체육관,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으로 진출했고, 2017년 6월 일본 정식 데뷔 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처음으로 돔 투어를 진행했다. 당시 K팝 걸그룹 사상 최초, 해외 아티스트 사상 최단기간 도쿄돔 입성이었다.
'레디 투 비'(READY TO BE) 투어를 통해서는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 입성한 최초의 걸그룹으로 거듭났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 호주 멜버른 마블 스타디움, 멕시코 멕시코 시티 포로 솔 등 세계 각국의 스타디움을 도는 명실상부한 '스타디움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연차가 찰수록 공연 규모를 키우며 착실하게 '계단식 성장' 중인 트와이스는, 확실한 관객 동원력을 입증해야만 가능한 초대형 스타디움 단독 콘서트를 '도장 깨기' 하듯 척척 해 나가고 있다. 주말인 25~26일과 평일이었던 28일까지 총 사흘 동안 월드 투어 '디스 이즈 포'(THIS IS FOR)의 단독 공연으로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24만 관객과 호흡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도쿄 국립경기장은 과거 '국립 카스미가오카 육상 경기장'이었던 시절에도 도쿄 지역에서 대형 스포츠 행사나 공연을 할 때 쓰였지만,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재건축함으로써 한층 더 의미를 지니게 된 장소"라고 설명했다.
도쿄에는 도쿄돔을 비롯해 중대형 실내 공연장은 많지만 대형 야외 공연장이 없었다는 점을 짚은 성 평론가는 "이때 올림픽을 맞아 재건축한 도쿄 국립경기장은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서 수많은 관중과 함께 '야외 공연'을 즐기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의 국민 아이돌 아라시(A.ra.shi)를 비롯해 원 오크 록(ONE OK ROCK), 아도(Ado), 미세스 그린 애플(Mrs. GREEN APPLE) 등 "인기나 팬덤이 매우 강력히 존재하는" 가수만이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다고 언급한 성 평론가는 "트와이스가 이곳에서 해외 가수 최초로 공연하는 것은, 일본 및 해외에서 무수한 팬덤을 동원할 정도로 일본 대중음악계 내 위상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황선업 음악평론가 역시 "도쿄 국립경기장은 일본 대중음악사에서 단순한 대형 공연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장소다. 자국 아티스트조차 좀처럼 단독으로 서기 힘든 이 무대를, 해외 아티스트가 사상 처음으로 사흘 연속 점유한다는 사실은 트와이스의 위상이 일본 시장에서 예외적인 영역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더욱이 K팝 걸그룹 최초로 닛산 스타디움 단독 공연을 성사한 이래 연차가 쌓일수록 오히려 투어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는 점은,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의 라이프 사이클을 거스르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라고 평했다.
랜디 서 음악평론가는 "3일 공연에 24만 명을 동원한 이번 도쿄 국립경기장 공연은 가히 기록적이라 할 만"이라며 "트와이스는 미국에서도 스타디움 투어를 도는 규모의 아티스트로 성장했는데, 멤버들이 라이브에서 뿜어내는 에너지가 대단하기로 SNS를 통해 입소문 나고 있고, 이것이 다시 관객을 들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 A씨는 "트와이스의 도쿄 국립경기장 입성은 K팝을 넘어 일본 공연 시장 전체에 기념비적인 일이다. 해외 아티스트 최초로 이곳에서 3일 연속 공연을 연다는 것은 트와이스가 일본 현지에서는 이미 'K팝'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넘어 국민적인 신뢰를 받는 브랜드로 안착했음을 의미한다"라고 바라봤다.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 B씨는 "트와이스가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3일 연속 단독 공연을 연다는 건 총 24만 명 규모의 무대를 한꺼번에 책임진다는 의미다. 여러 지역에서 진행하는 투어가 아닌 한 공연장에서의 이만한 관객 동원력은 일본 인기 아티스트들도 어려운 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 C씨는 "걸그룹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워가고, 특히 이들이 투어하는 지역이 전 세계에 널리 분포된 것을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트와이스가 팀으로서 가지고 있는 힘을 느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아티스트, 음악, 퍼포먼스, 연출 팬 등 다각도의 모든 것이 서로 강한 에너지로 상호작용하며 케미스트리를 일으키고, 2~3시간 안에 최고조로 폭발하는 종합 예술의 영역이 콘서트다. 트와이스는 양적·질적인 경험을 통해야만 가능한 '퍼포머'로 자리 잡고 있고, 결국 국립경기장 3일 공연도 가능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특히 일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것을 두고, 김진우 음악 전문 데이터저널리스트는 "일본 대중은 외국 가수가 아니라, K팝 프로듀싱 시스템으로 성장한 자국 멤버들이 주축이 된 글로벌 아티스트로 트와이스를 인식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진단했다.
김 저널리스트는 "우리 관점으로는 걸그룹의 '이례적 성장 형태'이기에 트와이스가 롱런하는 성과를 대단하게 본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트와이스를 오랜 세월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걸그룹으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인 멤버 미나·사나·모모 3인으로 이루어진 트와이스 유닛 '미사모'가 현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김 저널리스트도 이를 언급하며 "미사모가 현지 활동을 편 것도 상당한 영향이 있어 보이고, 트와이스도 NHK '홍백가합전' 같은 일본 국민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며 여러 연령대의 일본 대중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간 듯싶다"라고 말했다.
황 평론가 또한 "이러한 흐름의 근간에는 일본인 멤버 세 명을 품은 구성이 만들어낸 현지 친화력이 있다"라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지금의 견고한 지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보다 본질적인 동력은 데뷔 이래 한결같이 이어온 성실한 행보이며, 그 시간이 트와이스를 '스타'에서 '동반자'의 자리로 옮겨 놓았다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초기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오며 보다 성숙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왔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기반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아이콘이면서도 필요할 때면 언제든 곁에 있어 주는 친구로 분하는 포지셔닝이 트와이스만의 정체성이며, 그렇게 거리감을 좁혀온 누적의 결과가 지금의 식지 않는 응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사 소속 아티스트의 '해외 성공'을 원했던 JYP엔터테인먼트의 바람이 이루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기도 했다. 성 평론가는 "트와이스는 JYP의 글로벌 히트를 본격적으로 이룬 첫 그룹이다. 지금은 보편화된 '일본 등 진출 모색 국가 출신 멤버를 영입하는' 시도를 비교적 초창기에 해서 나온 결과물이라 여러모로 감회가 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 평론가는 "보아나 동방신기가 한국 아이돌의 일본 및 해외 진출의 1세대적 시도의 성공이었다면, 트와이스는 현지 멤버 등을 영입하며 더욱 뿌리내리려고 하는 2세대적 시도의 결실이고, 그 위상이 이렇게 도쿄 국립경기장 공연으로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라고 전했다.
단순히 한 그룹의 성공 사례를 넘어 'K팝의 지속 가능성'에 청신호를 켠 대표적 장면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 B씨는 "트와이스가 지난 10년간 쌓아온 티켓 파워를 입증하는 동시에, K팝 걸그룹도 보이그룹 못지않게 충분한 시장성과 공연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향후 다른 걸그룹의 투어 규모와 한일 양국의 음악 비즈니스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 C씨는 "지난 주말 일본 공연은 2세대 동방신기부터 3세대 트와이스, 4세대 에스파까지 아티스트뿐 아니라, 10대에서 60대까지 남녀노소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는, 세계 2위 음악 시장인 일본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약 30년간 이어진 K팝의 저력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후 5세대에서도 분명 이런 기록을 새롭게 세울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