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찾은 '알파고 아버지'…사흘간 숨 가쁜 행보 의미는?

알파고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CEO…알파고 대국 이후 10년 만에 한국 찾아
하사비스 CEO, 이재명 대통령 예방·4개 그룹 연이어 회동
해외 최초 AI 캠퍼스 한국에 설립…과기부와 양해각서 체결
하사비스 "한국 AI 강국의 모든 조건 갖췄다"…구글, AI 올림도 추진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알파고 10년: 위대한 동행'에서 신진서 9단과 함께 '알파고 이후 10년, 인간과 AI의 다음 수'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겸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10년 만에 한국에 들어와 사흘 동안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갔다. 이재명 대통령 예방을 포함한 정부, 재계 관계자들과의 연이은 만남과 한국 기술력·연구 수준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인공지능(AI) 파트너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알파고 아버지' 하사비스, 이세돌과의 대국 이후 10년 만에 방한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알파고 10년, 모두를 위한 AI의 비전'을 주제로 '구글 포 코리아(Google for Korea) 2026'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단백질 구조 예측 시스템 알파폴드로 2024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딥마인드 CEO 하사비스와 10년 전 알파고 대국의 주인공 이세돌 사범 등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구글 포 코리아는 혁신 방향성과 다양한 파트너십 사례를 공유하는 구글의 대표적인 연례행사로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하사비스 CEO가 한국을 찾은 것은 2016년 대국 이후 10년 만이다. 개발자인 하사비스가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글 포 코리아 참석이 방문 목적의 전부가 아닐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한국과의 AI 관련 기술 협력 강화가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에 포함됐을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하사비스는 27일 방한 이후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입국 당일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해 해외 최초 구글 AI 캠퍼스를 서울에 만들겠단 계획을 밝혔다. 이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구글 연구진 최소 10명을 한국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구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AI 공동 연구·인재 양성·책임 있는 AI 활용 등을 주요 협력 분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관련 계획을 보다 구체화했다.

이튿날인 28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연쇄 회동을 가졌다. AI 반도체·로보틱스·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개발자인 하사비스가 4대 그룹 총수들을 연이어 만난 구체적인 목적과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구글 측은 29일에는 구글 포 코리아를 진행하기 전 제조·플랫폼·유통·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국내 기업들과 만나 산업 현장 AI 협력 가능성 등을 점검했다. 회동이 진행된 '2026 리더스 AI 라운드테이블'에는 카림 아유브(Kareem Ayoub) 구글 딥마인드 부사장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LG전자, CJ ENM·올리브영, GS 리테일 등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개발자' 하사비스의 정부·재계 잇단 회동 배경과 목적은?

하사비스 CEO와 구글 측의 촌각을 다투는 부지런한 행보는 한국 정부와 재계, 구글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신약 개발과 난제 해결 등 점차 산업의 영역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상황에서 구글이 관련 프로젝트를 구체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중 하나로 한국을 선택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실에서 나와 산업의 영역에 뛰어든 AI가 초기 성과를 내기 위한 테스트베드이자 다른 나라에 선보일 성공사례를 축적하기에 한국만큼 매력적인 장소가 없다고 구글이 판단했을 수 있다"며 "특히 AI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원하는 구글 입장에선 한국 기업과 AI 생태계 선점이 필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나 재계와의 관계 개선 등 비교적 단순한 목적이었다면 개발자인 하사비스가 직접 나서 정부나 재계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구글이 한국 다수 기업들과 이미 원활히 협업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5세대 제품인 HBM3E를 구글에 납품하고 있으며 다음 세대인 HBM4도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LG 역시 구글의 피지컬 AI의 중요한 파트너다.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6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이세돌 사범 겸 UNIST 특임교수, 조승연 작가가 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하사비스는 전날 구글 포 코리아 행사에서 "한국은 차세대 로보틱스, 제조 자동화, 엣지 컴퓨팅 분야의 미래 글로벌 선도 국가"라며 "향후 물리적 AI와 로보틱스 영역에서 한국이 보여줄 비약적인 도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KAIST 같은 연구기관까지 한국은 AI 강국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파트너로서 한국의 강점을 인정한 것이다.

같은 행사에서 나온 윤구 구글코리아 사장의 한국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 사장은 "AI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구글의 AI 제미나이 이용량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이용자의 82%가 AI를 파트너로 정의하는 'AI 퍼스트 무버' 국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 사장은 청년, 개발자, 스타트업을 아우르는 통합 AI 스킬링 브랜드인 'AI 올림'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교육층에게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윤 사장은 구글은 앞으로도 기술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데 앞장서는 한국의 동반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구글과의 협조의 구체적 성과는 구글 딥마인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구글 AI 캠퍼스'에서 시작돼 결실을 맺게 될 가능성이 있다. 구글은 AI 캠퍼스에서 서울대, KAIST,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3대 AI 바이오 혁신 연구거점 등 연구 중심 기관들과의 협력을 시작으로 생명 과학, 에너지, 기상 및 기후 등의 분야에서 알파이볼브(AlphaEvolve), 알파게놈(AlphaGenome), 알파폴드(AlphaFold) 등 구글의 모델들을 활용하겠단 계획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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