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검찰…과거사 사건 재심서 '무죄·면소' 적극 구형

'법적 안정성' 위해 재심 부정적이었던 검찰
"재심 개시 타당" "무죄·면소 구형" 비중 ↑
개시 전 자료 적극 수집…백지보단 무죄 구형

연합뉴스

과거 인권침해 피해자가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검찰이 무죄를 적극 구형하기로 했다. 그동안 검찰이 형식적으로 재심에 반대해 비판을 받아왔는데, 앞으로는 재심을 통해 피해자들의 권리를 신속히 구제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과거 인권침해 사건 재심에 대한 접근 방식을 개선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고검과 중앙지검에 접수되는 국가보안법 및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재심 사건은 약 6배 늘었다. 지난 2023년 23건이 접수됐으며 지난해 137건이 접수됐다. 이에 따라 재심이 개시되는 사건도 23건에서 49건으로 늘었다.

과거에는 수사기관에 의한 고문이나 가혹 행위를 주장하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심이 많았다. 최근에는 긴급구속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동행하거나 보호유치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문제 삼는 집시법 위반 사건 관련 재심이 크게 늘었다.

검찰은 이러한 사유로 청구된 재심 사건 218건 중 91건(41.7%)에 대해 '재심 개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심이 개시된 사건 107건 중 63건(58.8%)에 대해선 무죄 또는 면소를 구형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법적 안정성 확보라는 이유로 재심 개시 단계나 본안 재판에서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인권침해 및 위법 수사로 국민의 억울한 피해를 바로잡아 실질적 정의를 실현한다는 재심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검찰은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공정성을 고려하기 위해 재심 사건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재심이 개시되기 전에는 적극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재심 사건의 경우 대부분 오랜 시간이 흘러 사건 기록이 폐기돼 있으며, 국민들이 직접 확보할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검찰은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자료, 국가기록원 보관 자료, 역사적 자료 등을 폭넓게 수집해 재심 대상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법 절차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재심 청구 주장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면 '재심 개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낼 예정이다.

실제 5·16 군사 쿠데타에 반대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A장군 사건, 1986년 군부 독재 반대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사건, 1987년 경기도 대공분실에서의 고문 사건, 1960년대 조선인 장학회 사건 등에서 검찰은 법원에 재심 개시 의견을 냈다.

검찰은 재심이 시작되면 기존 판결에서 채택된 증거를 엄격히 검토하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백지구형(형량을 정하지 않고 법원 판단에 맡기는 것)보단 무죄를 적극 구형하기로 했다.

특히 검찰은 5·18민주화운동법에 따른 특별 재심 사유에 관한 법원 결정례를 분석해 시간 차이가 있더라도 5·18민주화운동과 직접 관련이 있다면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극 해석 중이다. 1985년 군사정권을 향해 '광주 사태를 책임지라'고 호소한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재심 사건에서 검찰이 직권으로 무죄를 구형한 사례도 있다.

이 밖에 검찰은 재심 당사자가 신속히 피해를 회복받을 수 있도록 첫 기일 전에 증거관계 및 구형량을 검토하고, 면소나 무죄에 해당하면 첫 기일에 재판이 종결되게 할 계획이다.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는 재심 전담 수사관을 배치해 업무 처리에 역량을 집중한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틀 안에서 개별 사건의 정의 실현과 국민 신뢰 회복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심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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