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임박한 변화...그러나 여전히 혼란만''
② ''노조전임자 직원급여 1.5배'' 기현상도
③ ''타임오프제, 전임자 급여 지급의 대안인가?''
④ ''노사교섭으로 날샌다''...창구 다원화의 해법은?
⑤ ''글로벌 스탠더드로 왜곡된 노사문화 탈피해야''
A사 K총무이사는 "전임자수가 조합원에 비해서 많지만 사사건건 시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 전임자 급여를 통상 급여보다 1.5배 주고, 유류비도 월 20여만원씩 지급하고 있는데, 사실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K이사는 "평직원의 경우 초과근무시간을 제외할 경우 급여가 연 2천만원 정도에 그치지만, 전임자에게는 3천만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 직원들은 예전부터 전임자 급여를 올려줘 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익숙해져 있는 상태"라고 K이사는 덧붙였다.
K이사는 "노조가 금속노조의 지시를 받아 부분파업을 벌이는 등 힘의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부분이 있지만 노조파업으로 조업을 못하면 부품 공급을 못하게 되고, 물량 수주에 애로가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노조에 양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직원들에 비해 50%나 많은 급여를 지급받는 노조전임자들에게서 노조의 자율성을 담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K이사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1년 이후 올해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19년간 파업을 이어온 기아차. 이로 인한 매출손실은 5조 9,722억원에 달했다.
기아차는 그 동안 금속노조의 상명하달식 정치파업을 벌여왔다. 기아차가 파업을 벌일 수 있었던 데는 탄탄하고 풍부한 자금이 동력이 됐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조합원으로부터 걷는 조합비를 투쟁기금을 비롯한 운영기금으로 대부분 사용할 수 있어, 노조의 투쟁 동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차의 경우 조합비로 쌓아놓은 노조쟁의 적립금이 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지난해 노조전임자 144명(임시상근자 포함)에게 지급한 순수 급여만 87억원(평균 6천만원)에 이른다. 기아차는 단체협약상 노조전임자는 73명까지 둘 수 있도록 돼 있지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 파견 13명, 임시상근자 58명이 별도로 있다.
기아차 노조위원장과 지회장 등 6명에게는 차량과 유류비가 제공되며, 노조 업무용 차량으로 13대가 지원된다.
음성적인 한국 노사관계의 현실이 빚어낸 기현상인 셈이다.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정치투쟁으로 흐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21대 기아차 노조 위원장 선거 결선투표에 올랐던 중도 실리노선의 박홍귀 후보는 "기아차 노조는 지난 19년간 관행적으로 파업을 벌여 노조의 통상적인 임단협 협상 전술로 활용해왔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연월차 수당이나 연장 근로 수당에 그치지 않고, 핸드폰 요금이나 차량지원, 유류비 지원, 전임자 특별 수당 등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은 조합비 수익 중 노조전임자 인건비로 나가는 비중이 30~40%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2.7%에 그치고 있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부담을 회사가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임자에 대한 혜택이 늘어나면서 노조전임자는 점점 특권화, 권력화돼가면서 노동운동의 본질이 노동환경의 개선이 아닌 노조 전임자 지위 쟁취로 변해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재계는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한 결과, 노조 전임자라는 직책이 특권의 대상으로 변질됐으며, 불법 투쟁을 해도 신분이 보장돼 정치투쟁, 불법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는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전제경 홍보실장은 "노조활동은 노조원들의 자체적인 노력이나 부담으로 운영돼야만 정당한 만큼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은 당연히 금지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투자유치 때나 외국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할 때 후진적인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문제가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그러나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급여지급이 금지되면 조합비 대부분을 전임자에 대한 급여로 지출할 수 밖에 없어 노조가 존폐의 기로에 서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강충호 홍보선전본부장은 "노조전임자 급여 제공 금지를 법으로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 노사가 자율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특히,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를 명문화한 노동조합법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악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외국 어느 나라에도 법으로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금지하는 곳은 없다"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급여 지급문제를 노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적으로 전임자 급여를 조합원이 아닌 사측에서 부담하는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노동부는 "외국의 경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남용우 노사대책본부장은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가 13년간 유예 돼왔지만, 그 동안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이 줄기는 커녕 계속 증가해오는 문제점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노조 1곳당 평균 전임자수 2005년 2.5명에서 지난해 3.6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는 단체협상에서 인정되고 있는 3.1명보다 비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실제 전임자 규모가 더 많은 것이다.
전임자 1인당 평균 조합원수는 지난 93년 183.4명에서 2005년 154.5명, 지난해 149.2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일본은 전임자 1인당 조합원이 570.9명(2005년 일본 노총 조사결과)에 이른다.
B그룹 P상무는 "지난 13년간 복수노조 시행을 연기한 것은 회사에서 부담하는 부분을 조금씩 줄여나가자는 취지였으나, 그 동안 전임자 급여 지원 폭이 더 커졌다"며 "노조에서도 이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대 경제학과 박영범교수는 "노조의 존재이유는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것인데, 회사에서 전임자 급여를 받을 경우 괴리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며 "노조전임자 급여는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법학과 이승욱 교수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은 오랜 관행이라서 순식간에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규모별로 달리 접근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 노조 중에서는 처음으로 현대중공업 노조가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에 대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총무, 기획 등 12개 부서를 7실 1연구소로 통폐합하는 조직 개편을 위해 규약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임자간 중복 업무 축소와 전문성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필요시 55명인 전임자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