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DC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 바로 밖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트럼프 대통령 등 현장에 있던 이들이 긴급 피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행사 참석자들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체포된 30대 남성 용의자는 명문 공대를 나온 캘리포니아 출신 전직 강사로서, 미 당국자들을 노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본다며 이란 전쟁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선 전 두 차례 암살 시도를 겪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일 직후에도 "(사건 당시) 나는 행사를 계속 진행하자고 했다"며 건재함을 부각했다.
평온하던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서 '총성'…공개 영상보니 한 순간에 '얼음'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오후 8시쯤 워싱턴DC의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주최 만찬에 참석했으며, 30분쯤 뒤 식사 중 해당 사건이 발생했다.
총격은 만찬장 바로 바깥에서 이뤄졌다. 산탄총 등으로 무장한 남성이 만찬장 보안 검색대를 지나치자 곧바로 현장에 있던 요원들이 총격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건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영상을 보면,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이 전력으로 질주해 보안 라인을 지나치자 요원들이 곧바로 총을 꺼내 남성을 겨누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등은 만찬장 무대에서 다른 참석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총성이 울린 직후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피신했다. 이 상황을 담은 만찬장 내부 영상도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무대 위 인사들이 평온하게 앉아 있다가 놀란 듯 일제히 한 곳을 바라보고, 이내 "몸을 낮추라"는 함성 속에서 무장한 요원과 경호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참석자들을 피신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촬영됐다. 행사장을 가득 채운 참석자들의 놀란 표정도 고스란히 담겼다.
참석자들 가운데 부상을 입은 사람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총격전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보안요원이 총에 맞았지만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질주하다 제압된 용의자…명문 공대 출신 30대男, 트럼프 노렸나
현장에서 즉시 제압돼 체포된 용의자는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에 사는 31세 남성 콜 토마스 앨런으로, 총상을 입지는 않았으며 조사를 받고 있다. 앨런은 만찬 행사가 열린 호텔에서 투숙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미국 명문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 출신으로서 강사, 게임 개발자로 활동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BS 방송은 앨런이 조사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을 총격하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2시간 뒤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앨런에 대해 "그들(수사기관)은 단독 범행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면 공격을 받고, 영향력이 없으면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범행 동기가 이란 전쟁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하지만 알 수 없다. 수사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 사건이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며 "오늘 일을 계기로 모든 미국인이 마음을 다해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세 차례 총격 위기 넘긴 트럼프 "용의자 체포 후 행사 계속 진행하자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는 상의를 벗은 용의자가 팔이 뒤로 묶인 채 제압된 사진을 올렸다. 사건 직후에 게시한 글을 통해서는 "비밀경호국과 법 집행 기관은 정말 훌륭한 일을 해냈다. 그들은 신속하고 용감하게 행동했다"며 "총격범이 체포됐고, 나는 '행사를 계속 진행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부인과 부통령, 모든 내각 구성원들이 건강한 상태"라며 "경찰 당국이 규정에 따라 현장에서 떠나달라고 요청했으며, 즉시 떠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격 위험에 노출된 건 취임 후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년 전 대선 후보 시절에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야외 유세 도중 총격으로 오른쪽 귀 윗부분을 다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쥔 손을 올리며 "싸우자"라고 외쳐 큰 주목을 받았다. 두 달 뒤에는 플로리다주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암살 시도를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