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만 나누는 동맹 관계…미국이 해체하는 질서 속 한국의 선택은[경제적본능]


"위선이 사치가 된 시대"…미국 외교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승원 시사평론가는 과거와 현재의 미국 외교 사이에는 분명한 단절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이라크 전쟁 당시 파월 국무장관이 전쟁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했던 사례를 들며, "그때 미국은 적어도 동맹국의 지지와 명분을 확보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지금은 그 과정이 생략되거나 약화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를 '협력'이 아닌 '압박' 또는 '갈취'에 가까운 방식으로 해석한다고 이 평론가는 지적했다. 그는 "이건 단순한 외교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미국이 국제 질서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웃고 있는 건 중국과 러시아"…미국의 전략적 자해

이 평론가는 현재 국제 정세에서 가장 이익을 보는 국가로 중국과 러시아를 지목했다. "미국이 스스로 기존 질서를 흔드는 선택을 할 때, 그 빈틈을 가장 잘 활용하는 세력은 결국 중국과 러시아"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특히 그는 유럽의 움직임에도 주목했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유럽 주요국들이 점차 중국과의 관계를 확대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단순한 외교 다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권력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해석했다.

중국의 목표는 '세계 패권'인가 '지역 패권'인가

중국의 전략적 목표에 대해 이 평론가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중국이 세계 패권을 노린다는 시각이 있지만, 현재 국제 질서 자체가 중국에게 상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이 평론가에 따르면 중국은 기존 글로벌 경제 체제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이며, 굳이 체제를 파괴하면서까지 패권 경쟁을 선택할 유인이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전략은 "질서를 완전히 바꾸는 것"보다는 "기존 질서 안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분석했다.

대만 해협 충돌 시나리오…한반도는 안전한가

이 평론가가 가장 현실적인 군사적 긴장 요인으로 꼽은 것은 대만 해협 문제다. 그는 "대만 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이 양안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지정학적 위치, 한미동맹 구조, 주한미군 존재 등의 요인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한국 입장에서는 선택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연루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북한 핵 능력, 어디까지 왔나

이 평론가가 또 하나의 핵심으로 강조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다. 그는 "북한은 현재 기술적으로 미국 본토까지 도달 가능한 사정거리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력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균형 자체를 바꾸는 요소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과거에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미국 본토가 직접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개입 여부 자체가 훨씬 복잡한 정치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이 평론가는 설명했다.

"북한이 중국 편에 선다면"…최악의 시나리오

이 평론가는 가장 극단적인 가정도 배제하지 않았다. 대만 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하고, 북한이 중국과 전략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의 최전선이 되는 동시에 핵 위협까지 중첩되는 복합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은 단순한 지역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라 글로벌 충돌의 핵심 축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동맹은 절대적인가"…한국 안보의 근본 질문

이 평론가가 결국 던지는 핵심 질문은 하나다. "위기 상황에서 동맹은 어디까지 작동하는가." 그는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 변화, 자국 피해에 대한 민감도 증가, 글로벌 질서 재편 등을 고려할 때 "동맹이 자동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가정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맹을 부정하자는 게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조건 속에서 재해석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라고 이 평론가는 선을 그었다.

현재 국제 질서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빠르게 재편되는 과정에 있으며, 그 속에서 국가 간 관계 역시 절대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모든 상황을 관통하는 결론이다. 그는 "중요한 건 누가 누구의 편인가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라는 보다 현실적인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역시 기존의 전제에만 의존하기보다 다층적인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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