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는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대표 제조업 도시였다. 시 승격 초기 20만 명대에 머물던 인구는 1990년대 들어 급격히 증가하며 불과 수년 만에 70만 명을 넘어섰다. 당시 안산은 경기도 내에서도 손꼽히는 인구 규모를 갖춘 대도시로 자리 잡으며, 경기 서부권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했다.
제조업 호황과 함께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국 각지에서 인구가 유입됐고,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주거·상업 기능이 동시에 확장됐다. 반월·시화산단은 국가 산업 생산의 핵심 축으로 기능했고, 안산은 '일자리가 있는 도시', '성장하는 도시'로 불리며 활력을 이어갔다.
그러나 산업단지 노후화와 전통 제조업의 성장 정체가 이어지면서 도시의 성장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구 유출이 이어졌고, 한때 70만 명을 넘어섰던 인구는 현재 62만 명 수준까지 감소했다.
인근 화성·시흥 등 경기 서부권 도시들이 산업 다변화와 대규모 개발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는 사이, 안산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도시 경제력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이민근 안산시장은 제조업 쇠퇴라는 구조적 요인과 함께 '정책의 연속성 부재'를 지목했다.
이 시장은 재선 도전을 위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23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산은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연임시장이 없는 도시"라며 "그동안 시정 방향과 정책이 수시로 변경되면서 일부 사업이 지연되거나 표류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고 밝혔다.
이어 "도시의 구조적 변화는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지만, 정책의 연속성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다른 지역보다 성장 속도가 지연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임 부재로 정책 단절…장기사업 지연·행정 신뢰 저하
이 시장은 정책 연속성 부족이 도시 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그는 "그간 시정의 연속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으면서 시민들이 정책이 신속히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 어려웠다"며 "행정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낮아지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초지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은 정책 연속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09년 돔구장 건립 등을 포함한 복합개발사업으로 출발했지만, 사업 재검토와 방향 변경이 반복되면서 장기간 표류했다. 민간사업자와의 협약 종료, 개발 방식 조정, 감사 지적 등이 이어지며 사업 추진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사동 89블록 개발사업 역시 민선 5기부터 민선 7기까지 사업 명분과 타당성, 개발 방향에 대한 재검토가 반복되며 장기 지연을 겪은 사례다.
이 시장은 "중장기 도시개발사업은 정책이 이어지지 않으면 사업 동력이 약화되고 투자 유치도 어려워진다"며 "정책은 쌓여야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일관된 행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구조 전환 본격화…'노동 집약'에서 '기술 집약'으로
이 시장은 취임 이후 안산의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춰 산업 구조 전환을 추진해 왔다. 과거 안산을 지탱하던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로봇·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기반 도시로의 전환이다.
시는 안산사이언스밸리(ASV)를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산업이 결합된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을 통해 기업 유치와 투자 환경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한양대 ERICA를 비롯한 지역 내 연구·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인재 양성과 산업을 연계하고, '일자리–교육–주거'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산선 철도 지하화 사업, '6도 6철' 기반 광역교통망 확충 등 도시 기반시설 개선도 병행하며 정주 여건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시장은 "안산은 현재 노동 집약 산업에서 기술 집약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며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니라 청년들이 머물고 성장할 수 있는 도시로 구조를 바꿔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도시 넘어 교육도시로…미래 100년 성장 기반 구축
시는 산업 구조 전환과 함께 교육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며 도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교육 지원을 넘어, 지역 인재를 직접 키워 산업과 연결하는 '교육 기반 성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과학, 로봇·AI, 글로벌 교육, 직업교육 등 미래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 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과 한양대학교 ERICA 등 지역 내 대학·병원·연구기관과 연계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 중심의 인재 양성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고대안산병원 영재교육센터와 한양대 ERICA 영재교육센터에서는 의생명, 기초과학, 로봇·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탐구·실험 중심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학생들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이와 함께 '안산온에듀플러스 with 강남인강' 사업을 통해 교육 격차 해소에도 나서고 있으며, 전국 최초 중·고 통합형 공립 대안학교 설립과 글로벌 명문학교 유치도 추진 중이다.
이 시장은 "교육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투자"라며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고, 그 인재가 다시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직 첫 공천·첫 연임 도전…"정책 이어갈 기회 달라"
이 시장은 향후 시정 운영 방향과 관련해 정책의 연속성을 바탕으로 장기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완성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안산은 그동안 연임 시장이 없었을 뿐 아니라, 현직 시장이 공천을 받은 사례도 없었던 지역이다. 이번에 이 시장이 현직 신분으로 공천을 받으면서, 안산 정치사에서도 처음으로 '연임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시장은 "안산사이언스밸리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사동 89블록 개발, 광역교통망 확충 등은 모두 안산의 미래 성장 기반과 직결된 사업"이라며 "이들 사업은 일관된 정책 기조 아래 단계적으로 완성도를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개발과 산업전환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는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끊김 없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속성 있는 시정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회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안산의 다음 10년, 100년을 좌우할 골든타임"이라며 "그동안 시작한 변화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이어갈 기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