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왜 폰을 보실까요? 재판 중에 손해 보실 행동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23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102호 법정.
광주지방법원 형사7단독(재판장 박경환)은 이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흥건설 법인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중흥건설은 정원주 부회장이 지난 2007년 인수한 중흥토건과 6개 계열사에 대해 연대보증, 자금보충 약정 등 3조 2천억 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해 이들 회사의 신용도를 높이고 지난 2015년부터 대규모 주택건설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대표 여부와 본점 소재지 등을 확인하며 절차를 신속히 정리했다.
검찰은 중흥건설과 계열사 간 부당 지원 의혹과 특수관계인에 대한 이익 제공 혐의를 중심으로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계열사 대출 과정에서 무상 자금보충 약정과 연대보증 등을 통해 수조 원대 신용이 제공됐고 이를 통해 특정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흥건설 측 변호인은 신용 보강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해당 행위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검찰과 변호인 측의 공방이 이어지던 법정 분위기는 한순간 달라졌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중흥건설 대표 이모씨가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모습이 재판부에 포착된 것이다.
재판부는 곧바로 "왜 폰을 보실까요. 재판 중에 손해 보실 행동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씨는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재판부는 "본인이 대표자이긴 하지만 법정의 그런 태도 같은 것도 중요하다"며 "이 사건의 결론이 유무죄로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지만 법정에 임하는 태도도 증거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지적 이후 이씨는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재판 도중 갑작스럽게 전화가 와 확인한 것이다"며 "고의적인 행동은 아니었고 향후 재판에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검찰의 준비 부족을 두고 재판부의 지적도 이어졌다.
검찰이 "증거 목록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밝히자 재판부는 "사건이 상당 기간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데 증거 준비가 안 된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질책했다.
이어 "변호인 측은 이미 증거 순번을 특정해 의견을 내고 있는데 그렇다면 증거 목록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위해 오는 6월 16일 중흥건설 사건의 공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다. 공정위는 중흥건설에 과징금 180억 2100만 원을 부과하고 회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중흥건설의 부당 지원으로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가치 상승에 따른 배당금 650억 원과 급여 51억 원을 얻은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