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전쟁 여파 등에 따른 물가 불안에 대응해 세제 지원과 가격 안정 조치, 단속 강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23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7차 회의를 열고 에너지, 먹거리, 서비스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국민제안 창구를 통해 접수된 117건의 의견을 반영해 마련됐다.
국제유가 급등에 유류세 인하·LPG 세율 확대
에너지 분야에서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국제유가는 2월 27일 대비 이달 21일 기준 30% 이상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1693원에서 2004원으로 18.4% 올랐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고, 서민층 연료인 LPG 부탄의 인하 폭을 기존 10%에서 25%로 확대했다. 인하 기간도 오는 6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LPG를 둘러싼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가격 변동 영향이 5월부터 본격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매점매석 금지와 현장 점검을 통해 주유소 5767곳을 점검해 99건의 위반 행위를 적발하고 이를 지방정부에 통보했다. 적발 내역 중에는 타인의 시설을 빌려 기름을 사재기한 행위(보관주유)도 8건 포함됐다. 다만 정유사의 3월 반출량은 전년 대비 92~136% 수준으로, 위반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축수산물 할인·수입 확대…먹거리 물가 안정 총력
먹거리 물가 안정 대책도 강화됐다. 정부는 4~6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320억 원을 투입하고, 바나나·망고 등 수입 과일에는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실제 망고 가격은 2월 개당 6019원에서 이달 3494원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은 조류인플루엔자 영향으로 30구 기준 6993원까지 상승하자 태국·미국산 448만 개 수입을 추진했다. 닭고기는 5~8월 성수기에 대비해 육용종란을 수입하고 최대 40% 할인 지원 등에 나선다. 정부가 추진하는 육용종란 수입 규모는 스페인산 800만 개, 벨기에산 1500만 개다.
가공식품은 원재료 가격 하락을 반영해 라면 가격이 최대 14.6%, 빙과류는 최대 13.4% 인하되는 등 가격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경부 강기룡 차관보는 "이달부터 오는 6월까지 320억 원 규모의 할인 지원과 할당관세, 수입 다변화 등을 통해 장바구니 물가 안정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학원비·통신비 등 민생핵심 서비스도 개선
소비재 및 서비스 분야에서는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학원비는 특별점검을 통해 위반사항 2763건을 적발해 과징금 10.4억 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초과 징수에 대한 과징금 도입과 신고포상금 10배 이상 확대 등을 위해 학원법 개정을 추진한다.
통신요금은 데이터 소진 이후에도 기본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데이터 안심옵션'을 모든 요금제에 적용하고, 65세 이상 이용자에게는 음성·문자 추가 제공을 확대한다.
관리비 투명성도 강화된다. 정부는 모든 주거용 건물의 관리비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관리인이 없는 소규모 주택까지 공개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항공료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유류할증료가 급등하면서 국내선은 최대 3만4100원, 국제선은 노선에 따라 최대 56만4천원까지 상승했지만, 정부는 항공사 재무 개선 조치 유예와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 유예 등을 통해 비용 부담 완화를 유도하고 있다.
건설자재·주사기 등 공급망 관리 강화
중동 전쟁 관련 품목별 대응도 집중하고 있다. 중간재와 건설자재 분야에서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급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은 2월 대비 최대 61% 상승했으며, 요소수 가격도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정부는 나프타 210만 톤을 사우디·오만 등에서 확보해 순차 도입하고 있으며, 긴급 수급조정조치와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또한 아스팔트 가격이 ㎏당 700원에서 1100원으로 상승하고, 레미콘 혼화제도 최대 50% 가까이 오르자 민관 수급협의체를 가동해 응급 복구 도로 등에 우선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자재는 274개 현장을 점검하고 PF 보증 확대, 공제조합 특별융자 등 금융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주사기는 원재료 수급 우려 등으로 출고가가 2월 50원에서 4월 60원으로 약 20% 상승했다. 정부는 매점매석 금지 고시와 특별단속반 운영을 통해 시장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생산량은 이달 14일 332만 개에서 20일 420만 개로 증가하며 공급은 확대되는 흐름이다.
종량제봉투 가격은 703원으로 변동이 없으며, 지역 간 물량 조정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세탁비는 일부 모바일 플랫폼에서 인상 움직임이 있으나 전국 평균 상승률은 0.37%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 제안을 바탕으로 물가 부담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며 "가격과 수급 동향을 상시 점검해 민생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