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의 교섭 회피와 파업 현장 사망 사고로 극단으로 치닫던 '씨유(CU) 사태'가 협상 국면에 들어섰다.
22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BGF로지스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전날 '현 상황의 빠른 해결'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교섭 절차에 돌입했다.
합의에 따라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 진주고용노동지청에서 BGF로지스 대표이사와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교섭 상견례를 가졌다.
이어 오후 5시에는 대전역 인근에서 BGF로지스 물류팀장과 화물연대 교섭위원이 참석하는 실무 교섭 상견례를 열고, 세부 교섭 일정과 의제 조율에 나선다.
전날 체결된 합의서에 따르면 교섭은 '단일 교섭'을 원칙으로 하되, 물류센터별 운영 방식과 지역 여건이 다른 점을 고려해 센터별 교섭은 화물연대 지역본부와 각 센터 단위로 별도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그동안 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어왔던 원청 BGF리테일의 역할도 합의서에 명시됐다. BGF리테일은 자회사인 BGF로지스와 화물연대 간 교섭 및 합의 사항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보장하기로 했다.
자회사 노사 갈등 해결에 원청이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겠다는 점을 문서로 확인한 셈이다. 이 합의서에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장 등이 입회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화의 장은 열렸지만, 양측이 신속하게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망 사고의 책임을 묻는 화물연대의 기류가 여전히 강경하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하루 13~14시간, 한 달 25일 근무에 빈번한 휴무 강제반납, 매일같은 야간노동과 상하차, 아파서 쉬려해도 하루 최대 90여만원의 대차비용으로 울며겨자먹기로 달릴 수밖에 없는 위험한 노동환경, 순소득 월 300만원 초중반의 열악한 운임 수준"을 지적하며 사측의 책임 있는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경찰과 CU BGF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 성실 교섭 참여, 화물연대와의 합의, 열사 명예 회복을 위한 유가족과의 합의"를 요구하며, 사측과 공권력의 실질적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물류센터 봉쇄 등 쟁의 행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1월부터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 BGF리테일에 7차례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BGF리테일이 운송사 및 물류센터와의 계약 구조를 이유로 직접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파업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일 경남 진주 물류센터 앞 집회 중 화물연대 조합원이 대체 배송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상견례를 사태 수습의 출발점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인 처우 개선은 물론 사망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가족 보상 등 핵심 쟁점이 남아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