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찾은 전남 여수산업단지 내 금호석유화학 여수 제2 에너지 사업장. 입구로 들어서자 언뜻 봐도 높이 3m 이상은 족히 돼 보이는 둥근 관과 파이프라인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군데군데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스팀과 굉음은 공장이 한창 가동 중임을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시설이 지난해 7월 준공돼 상업 운전되고 있다. 열병합발전소 보일러(8호기) 굴뚝 배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포집 설비로 되돌려 보내 이산화탄소만 분리해 활용하고, 남은 가스는 다시 굴뚝으로 배출하는 구조다.
설비·공정을 단순히 정리하면 크게 네 단계로 나뉘며, 각 설비는 굴뚝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있다. 굴뚝에서 되돌린 배기가스는 먼저 냉각기(Cooler)로 보내 온도를 낮춘다. 온도를 섭씨 40~50도 수준까지 낮추면 이산화탄소 흡수 효율이 높아진다. 이후 배기가스가 흡수탑(Absorber)으로 이동하면 본격적인 탄소 포집이 시작된다.
탄소 포집에는 아민 계열의 액상·혼합 흡수제가 사용된다. 이 흡수제가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흡착하는 방식이다. 이산화탄소가 흡수제에 결합하면 다음 설비인 탈거탑(Stripper)에서 다시 분리된다. 분리된 이산화탄소는 압축·액화 공정을 거쳐 액체 상태로 저장탱크(Storage Tank)에 옮겨지고, 이후 탱크로리에 실려 판매처로 공급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하루 기준 8호기 굴뚝 배기가스의 약 10%를 CCUS 공정을 통해 처리해 일일 22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압축·액화 공정을 거친 액화탄소는 하루 약 200톤이 최종 생산된다. 생산된 액화탄소는 조선소 용접용, 반도체 제조용 등 산업 공정은 물론 드라이아이스나 식음료용으로도 활용된다. 액화탄소의 순도는 99% 이상이며, 공업용(99.9%)보다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에 사용하는 식음료용(99.999%)의 순도가 더 높다.
이 같은 설비 구축에는 총 476억 원(포집 315억 원, 액화 161억 원)이 투자됐다. 이 가운데 국비 47억 원이 탄소중립 지원 예산으로 투입됐다.
다만 아직 국내 CCUS 시장은 초기 단계인 만큼, 투자 회수 시점보다는 시장 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CCUS 등 환경 투자는 아직 경제성보다는 정부의 넷제로(탄소 순배출 0) 정책에 동참하는 성격이 크다"며 "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시장 역시 함께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하루 200톤 규모의 액화탄소 생산은 시작 단계로,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의 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파리협정 당사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매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 현황을 보고한다. 온실가스 배출 및 감축 통계는 전력·산업·건물·수송·농축수산·폐기물 등 부문별 배출량과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삼림조성, CCUS, 국외 감축활동 등 흡수량을 종합해 산출된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확정해 제출한 2035년 NDC는 2018년 배출량 대비 53~61% 감축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잠정치 기준 6억 9158만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이며, 2035년에는 순배출량을 3억 4890만t에서 2억 8950만t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CCUS 부문에 할당된 감축량은 1120만t에서 2030만t이다. CCUS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기준 시점인 2018년과 2024년 모두 순흡수량은 0 수준이다. 향후 10년간 CCUS 시장의 성장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