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5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의 성과급 격차가 이유이다. AI가 가져다준 역대급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돈을 쓸어 담고 있다. 그런데 성과급이 SK하이닉스 직원들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이면서 삼성전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양사의 성과급 산정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직접 분배하는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에 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상한선이 없는 반면, 삼성전자는 연봉의 50%가 한도이다. 국내 최고라는 삼성전자 원의 프라이드가 깨져 버렸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 300조 원의 15%(45조 원)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직원 1인당 5억 8천만 원이다. 문제는 노조의 성과급 요구액 45조 원이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비(37조 7500억원)와 주주 배당금(11조 1천억 원)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 외에 가전, 모바일 등을 담당하는 완제품(DX) 부문도 있다.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비는 6조 7300억 원으로 삼성전자의 17.8%에 불과했다.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 대신 즉시 보상으로 이익분을 소진해 스스로 기업경쟁력을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주주들의 반발 역시 상당하다. 주주 이익 환원을 통한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상법 개정까지 한 정책 기조와도 상충한다.
사내 노노(勞勞) 갈등도 우려된다. 삼성전자 DX 부문은 업황 부진으로 비용 감축에 희망 퇴직까지 실시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DS 부문에서 수년째 적자인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까지 거액의 성과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절대적 박탈감'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연봉자들이 수억원의 성과급을 더 달라며 파업을 한다는 현실은 낯설 수밖에 없다.
이스턴 VS 사우스웨스트
미국에서도 노사 갈등이 회사 존폐는 물론, 국가 경제까지 위협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노사의 대응은 회사마다 달랐고, 그 결말은 엇갈렸다.
익히 알려진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 외에도 하루 5만 편의 항공기가 오가는 세계 최대의 미국 항공시장 역시 노사 갈등의 난기류에 휘청거린 적이 있다. 아예 망해 버린 회사도 있다. 이스턴 항공이다.
1926년 설립된 이스턴 항공은 뉴욕과 플로리다를 잇은 황금 노선을 지배했던 미국의 주요 항공사였다. 보잉 757과 에어버스 A300을 미국 최초로 도입하는 등 혁신 행보로 미국 동부 해안 노선의 맹주로 군림했다. 하지만 1978년 미국 항공 규제 완화로 저비용 항공사와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최신 항공기 도입에 따른 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경영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결국 1986년 기업사냥꾼 프랭크 로렌조에게 팔렸고 노사 전쟁이 벌어졌다.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사측에 대항해 노조는 "회사가 망해도 상관없다"며 끝장 투쟁에 나섰다. 그러다 회사는 5년 만에 진짜 끝장났고 수만명의 직원은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 언론은 "승자 없는 전쟁"이라고 논평했다.
이스턴 항공과 대척점에 있는 회사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항공사이다. 설립한지 60년이 채 안된 이 회사는 "직원이 1순위, 고객은 그 다음"이라는 독특한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직원을 최우선하는 경영진은 창사 이래 대규모 해고를 한 적이 없다.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도 다른 항공사들은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섰지만 사우스웨스트는 고용 유지를 선언했다.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했고 회사는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이며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여행 수요가 폭발하자 노사는 업계 최고의 임금 인상과 운항 효율성 향상 약속을 주고 받았다. 노사 상생의 교본이라 하겠다.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의 18%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삼성전자의 미래는 한국 경제와 동일시된다. 노조의 파업 예고에 나라 전체가 긴장하고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노조의 입장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위원장은 "20조~30조원 규모의 손실이 회사 측에 있을 것으로 파악한다"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조차 "글로벌 AI 패권 다툼이 절정에 달한 시점에 발생한 심각한 차질"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대만은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TSMC를 밀어주며 국민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4만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5년 뒤에는 한국과의 격차를 1만 달러 이상 벌릴 기세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이스턴이 될 것인가? 사우스웨스트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