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10일인데…늑구와 장동혁의 극과 극 평행이론[오목조목]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방미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서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포즈를 취하는 사진. 대전오월드 제공·SNS 캡처

같은 '10일의 외출'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다가 돌아온 늑대 '늑구'. 그리고 같은 시기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복귀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이야기다.

지난 4월 8일 오전 9시 18분 경. 대전 오월드에서 수컷 늑대인 늑구가 탈출했다. CCTV에는 늑구가 사파리 철조망 아래 흙을 파 틈을 만든 뒤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몸무게 30kg에 달하는 늑구는 동물원에서 태어났지만, 맹수 특유의 공격성을 지닌 만큼 시민들의 안전 우려를 키웠다. 2018년 같은 동물원에서 퓨마 탈출 후 사살된 전례까지 소환되며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이후 늑구의 행방을 쫓는 과정은 마치 실시간 중계처럼 이어졌다. 경찰 기동대와 특공대, 군·소방 인력 등 240여명이 동원됐고, 엽사와 한 조를 이뤄 늑대가 은신한 곳으로 예상되는 인근 숲을 수색했다. 시민 제보와 온라인 추적이 쏟아졌지만, 일부는 딥페이크 기반의 AI 합성물로 확인되면서 관심의 열기를 방증했다.

'구조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2~3일이 지나자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결국 늑구는 탈출 10일 만인 17일 자정 무렵, 대전 중구 안영동 IC 인근에서 마취총을 맞고 무사히 포획됐다.

(왼쪽부터)하레하레에서 출시한 '늑구빵'·18일 대전 둔산동 한 건물 전광판에 "늑구야 돌아와서 고마워"라고 표시돼 있다. 하레하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연합뉴스

늑구가 동물원으로 무사히 돌아온 날, 대전을 연고로 한 한화 이글스와 대전하나시티즌이 나란히 연패를 끊고 승리를 거두면서 늑구는 순식간에 '승리 요정'이란 별명이 붙었다.

지역 상권도 들썩였다. 대전의 한 베이커리 업체는 늑구 얼굴을 본떠 만든 '늑구빵'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늑구야 돌아와'라는 문구를 대형 전광판에 내걸었던 한 전자제품 판매 업체는 생환 당일 '늑구야 돌아와서 고마워'로 화면을 바꿨다. 밈과 굿즈, 지역 마케팅까지 어우러지며 이른바 '늑구 신드롬'이 형성된 것이다.

반면 또 다른 '10일의 외출'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장동혁 대표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장기간 해외 일정을 소화하면서 당 안팎에서 '공백 논란'에 직면한 것이다.

논란을 의식한 듯 장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방미 성과를 발표했다. 그는 "(지방 선거를 앞둔 빌미로) 논란이 따를 것도 충분히 예상했다"면서도 장기간 자리를 비웠다는 비판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외교 참사에 따른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국민의힘이 장동혁 대표가 사흘간 미국 체류 일정을 연장한 이후인 16일(현지시간)에 진행한 일정 관련 사진을 이날 출입기자단에 배포했다. 국민의힘 제공

다만 성과는 구체적이지 않았다. "미 상·하원 의원과 싱크탱크, 국무부 인사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보안상 밝히기 어렵다"며 공개를 유보했다.

특히 공개된 사진이 '국무부 차관보 뒷모습'에 그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를 두고 "외교 참사"라고 지적하며 "야당 대표가 가서 차관보 뒷모습만 찍힌 외교를 했다"고 직격했다.

장 대표가 귀국 일정까지 미루며 체류 기간이 길어진 데 대해 당내에서는 사실상 '직무 유기'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국민의힘은 핵심 지역 공천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었고, 지도부까지 자리를 비우며 '당무 공백' 비판이 이어졌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SNS를 통해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 정리하려나"라고 쓴소리를 했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역시 "후보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를 타이밍인데, (미국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말씀을 나눴기 때문에 지방선거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 없다"고 평가했다.

결국 같은 10일이었지만, 한쪽은 '국민 늑대'로 돌아왔고, 다른 한쪽은 '빈손 귀국'이라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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