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키운 장동혁…국힘서도 "李 SNS 때리러 미국까지 갔나"

8박 10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지방선거를 40여일 남기고 '8박 10일'의 미국 출장을 강행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당 안팎의 비판에 정면 반박했지만, 해명이 논란을 더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이스라엘 관련 SNS 글 등을 "외교 참사"라고 때리면서 미국 정계의 주요 인사들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긴급하게 일정을 연장하면서 만나야 했던 미국측 고위 관계자가 누군지,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 질의마다 '비공개'란 답을 반복하면서도 "방미는 지방선거를 위한 것"이란 입장은 고수했는데, 당내에선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걸 자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미 성과 설명하겠다더니…"말씀드릴 수 없다"만 반복

"야당 대표로선 어떤 협약을 체결하거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하고) 이번 방미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체감 가능한 방미 성과를 하나만 꼽아달란 질의에 대한 장동혁 대표의 답변이다.
 
이날 새벽 입국한 장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뚜렷한 열세 속 선거 준비를 지휘해야 할 당대표가 '외유성 출장'을 간 게 아니냐는 당내·외 지적에 반박하는 자리였다.
 
장 대표가 직접 내세운 '방미 성과'는 크게 3가지다. △중동사태 이후 한국 정부의 입장을 우려하는 미국 측 설득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보수정당(국민의힘-공화당) 간 소통 강화 약속 △쿠팡사태 및 통상협상 관련 의견 교환 등이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비자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한편, 미 정부 등과 현안 소통을 이어갈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했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의 회견이 되레 이번 일정의 부실함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적으로, 장 대표는 앞서 당에서 언론에 배포한 '미 국무부 차관보 면담' 사진에 뒷모습만 찍힌 미국측 인사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관련 추정이 난무한 상황에서도 "말씀드릴 수 없다"고 일축했다. 누군지를 묻는 질문에는 "여태 말할 수 없다 했는데 계속 묻냐"며 불쾌함까지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이를 두고 "국민의힘식 표현으로 말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외교 참사"라고 직격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 대표는 미 하원 아태소위원장이라도 만났어야 했다는 정 대표의 훈수에, 페이스북으로 영화 '친절한 금자씨' 대사("너나 잘하세요")를 인용하며 반격했다.
 
정작 논란의 핵심인 가시적 성과 설명은 '알맹이가 없다'는 게 당내 대체적인 평가다. 그는 구체적 면담 상대와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발언에도, 비슷한 질의가 이어지자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이 외교적으로 사고를 치는데 대한민국 정치인이 간들 쉽사리 만나주겠나"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선거보다 방미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질문이 잘못됐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아군'도 설득 못하는데 '여론 반등'?…"黨지지율 영향 전무할 것"

8박 10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당 안에선 격앙된 분위기가 읽힌다. '아군'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여론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함께다.

외교 현안을 잘 아는 당 관계자는 "미국은 일본·중국을 가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일정을 세팅하는 데만 두세 달이 걸리기도 한다"며 "미 CIA와 만난 것도 아니고, 비공개를 고집하는 이유가 잘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장 대표가 귀국 당일 이 대통령의 이스라엘 관련 SNS 메시지를 거듭 때린 점을 들어 "그걸 하러 미국까지 간 건 아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 방미가 당 지지율에 미칠 영향을 지켜보라는 장 대표 언급과 관련, "단 1%도 영향이 없을 거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친한(親한동훈)계 송영훈 전 대변인은 SNS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만났다면서 뒤통수 사진만 공개할 정도의 면담을 두고 유튜버 고성국씨처럼 '대권주자로 본다' 운운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라고 직격했다.

방미를 바라보는 당내 이견이 선거 단일대오를 저해할 거란 우려도 감지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야당은 통상 미 정부의 카운터파트(맞상대)가 아니니, 그쪽에서 먼저 비공개를 요청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하면서도, 방미 적절성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함구했다.

실제로 당 일각에선 '마이웨이'를 재확인한 장 대표 회견이 후보들의 '독자선대위' 행보를 더 가속화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장 대표는 방미외교 성과에 10점 만점 기준으로 몇 점을 주겠냐는 질문에 "제가 아닌,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2선 후퇴 요구 등에 대해선 "상황에 따라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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