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멈추고 유가 하락해도…韓 건설업 충격은 지금부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선구 경제금융연구실장 분석
"유가 안정은 착시…건설현장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물류·자재비 '하방경직'…지방·소규모 현장부터 흔들려

강민정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로 하락하는 등 표면적인 지표는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국내 건설업계에는 오히려 지금부터 '지연된 충격'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선구 경제금융연구실장은 '건설브리프' 최신호에서 "전쟁의 종료와 건설업의 정상화는 같은 시점에 오지 않으며, 유가 충격은 이미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향후 수개월에 걸쳐 뒤늦게 나타날 현재진행형 위험"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업 특유의 '비대칭성'… 유가 내려도 공사비는 요지부동


박 실장은 먼저 현재의 유가 하락을 에너지 공급망의 근본적인 회복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현재의 유가 안정이 공급 정상화의 결과라기보다 비축유 방출과 휴전 기대에 의한 일시적 안정일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동량이 전쟁 이전의 10% 미만 수준으로 급감했던 공급망의 타격은 여전히 실물 경제에 후행효과를 남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공포는 유가가 하락해도 비용은 떨어지지 않는 '비대칭적 구조'다. 박 실장은 "건설현장에서는 유가가 내려와도 공사비가 곧바로 낮아지지 않는 비대칭성이 자주 발생한다"고 짚었다.

이는 건설 자재 조달의 특수성 때문이다. 박 실장은 "건설공사는 계약에서 실제 집행까지의 시차가 길어 유가가 올랐을 때 비용 반영은 늦게 나타나고, 반대로 유가가 진정되더라도 이미 상승한 자재단가와 물류비가 즉시 되돌아오지 않는 특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유가 급등기에 맺어진 고가 자재 계약과 물류비 관성이 전쟁 종료 이후에도 건설사의 수익성을 계속해서 갉아먹는 구조다.

비용과 수요의 동시 악화…지방·중소 현장부터 흔들린다


박 실장은 이번 위기를 단순한 원가 상승이 아닌 '비용과 수요가 동시에 악화되는 복합 충격'으로 규정했다.

이미 고금리와 PF 부실로 기초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고유가 후행효과가 더해지면 매출은 유지되어도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무너지는 '실질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타격은 사업성이 취약한 현장부터 먼저 흔드는 방식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박 실장은 "비수도권이나 비핵심 입지, 분양시장 불확실성이 큰 지역에서는 사업성 악화가 더 빠르게 현실화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주택공급 차질과 지역 건설경기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해외 건설, '중동 특수' 기대보다 '리스크 관리'가 우선


과거 고유가 시기마다 반복됐던 중동 특수 기대감에 대해서도 박 실장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중기적으로는 해외건설에 일정 부분 기회요인이 형성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전쟁의 여파로 인한 발주 지연, 공사 집행 차질, 운송과 보험 비용 상승 등 부정적 리스크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박 실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무엇보다 공사비 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커져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물가변동 조정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여 제도 작동 시차를 줄여줄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건설사가 감당하고 있는 '지연된 비용 충격'을 제도가 제때 따라잡아 보전해주지 못한다면, 전쟁 이후의 건설업계는 더욱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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