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성차별 영상…제주 공공기관 성인지 '구멍'

<시사매거진 제주 – 아이엠 오피니언>
청년정책 홍보 영상이 드러낸 낮은 성인지 감수성
"기관 성찰과 구조적 개선 필요"
'성별영향평가' 사각지대 해소 시급
위탁 기관까지 관리 감독 확대해야
형식적 교육 넘어선 내재화 목표

젠더플러스연구소 강경숙 대표 제공

◇류도성> 오늘은 어떤 얘기를 나눠볼까요?
 
◆강경숙> 지난달, 제주도 청년정책 중간지원기관의 홍보 영상이 지역사회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요. 홍보 영상에서 여성의 외모 강조 및 욕설에 가까운 표현 등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표현이 물의를 빚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 지역 여성단체들은 제주특별자치도에 공공기관의 성인지교육 및 성별영향평가 강화를 요구하였는데요. 이러한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지역사회에 어떠한 개선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류도성> 최근에 일어난 일이었고,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룬 사건이었는데요. 구체적으로 홍보 영상의 어떤 점이 문제가 되었나요?
 
◆강경숙> 해당 홍보 영상은 SNS를 활용하여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데요. 콘텐츠의 내용을 살펴보면, 등장인물 중 여성에 대한 외모와 여성성을 부각할 뿐만 아니라 남성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여성에게 욕설을 하는 듯한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영상 하나만 보더라도 영상 제작 관계자들의 여성에 대한 인식과 성인지 관점의 부재가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우선, 등장인물의 외모를 성별로 이분화시켜서 여성 인물의 여성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여성을 차별하고 대상화하고 있고요. 그리고 남성 인물들이 여성을 몰래 지켜보거나, 자신에게 무반응인 여성에게 욕설을 내뱉는듯한 장면에서는 성범죄를 희화화하거나 사소화하는 등의 폭력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류도성> 이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강경숙> 홍보 영상이 공개되자, 영상에 노출된 많은 시민들이 충격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는데요. 이에 대한 반응으로는 '시대착오적이다', '문제의식이나 성인지 감수성을 찾을 수 없다', '점검 체계가 없는 기관이 문제다' 등과 같은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지역사회의 성평등 문화와 인식 확산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시민들의 성인지 감수성과 인식 수준에 뒤떨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와 질타의 목소리가 컸다고 하겠습니다. 
 
◇류도성> 이에 대해 해당 기관은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과 재발 방지 대책을 게시한 것으로 아는데요?
 
◆강경숙> 논란이 불거지자, 기관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2차례의 사과문을 게시하였는데요. 그러나 첫 번째 사과문이 문제의 본질보다는 유감 표명에 그쳤다면, 이에 대한 비판이 또 한 번 제기되자 이후 두 번째 사과문을 게시하였습니다. 
 
결국 두 번째 사과문을 통해 해당 기관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향후 전 직원 대상의 성인지 교육과 홍보물에 대한 성별영향평가 이행 등 구체적인 재발 방지 노력을 약속함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됐습니다. 
 
◇류도성> 2차례의 사과문을 게시할 정도로 지역사회에 관심과 우려가 컸군요. 이에 대해 지역 여성단체들은 어떠한 입장을 보였습니까?
 
◆강경숙> 이에 대해서 지역의 여성단체들도 엄중하게 대응하는 모습이었는데요. 대표적으로 '제주여성인권연대'는 성명문을 발표하고, 이번 사안을 개별 기관의 문제가 아닌 성인지 감수성과 구조적 인식이 결여된 지역사회의 현실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논란 이후 기관의 대응 과정에 주목하면서, 기관 차원의 성찰과 인정, 그리고 재발 방지에 대한 구체적 약속이 이루어질 필요성을 제기하였고요. 
 
끝으로 해당 기관뿐 아니라 제주도정 차원의 개선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무엇보다 관계자들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형식적 교육이 아닌 콘텐츠 기획, 제작, 검토 전 과정에 성인지 관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논란이 된 기관이 공적 기관이라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책임성 강화 및 재발 방지 조치가 작동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을 요구하였습니다. 
 
◇류도성> 성차별의 문제는 개별 기관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발 방지 대책으로 성인지교육과 함께 성별영향평가의 중요성이 언급되고 있는데요. 성별영향평가란 어떤 제도인가요?
 
◆강경숙> '성별영향평가'는 법과 조례에 따라서 2005년부터 제주도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정책이 성별에 미치는 영향과 성차별 발생 원인 등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실질적인 성평등 실현에 기여하고자 함인데요. 같은 목적에서 이외에도 '성인지교육'과 '성인지예산', '성인지통계' 등이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별영향평가의 대상이 제주도의 정책이라고 하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이를 법으로 정하고 있는데요. 성별영향평가의 주요 대상 정책은 조례/규칙과 같은 법령, 3년 이상 주기로 수립하는 계획, 세출예산의 세부사업 등이 있고, 이외도 홍보물에 대한 성별영향평가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평가를 실시하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성별영향평가의 주체는 정책 담당자로, 공무원이거나 공공기관 사업 담당자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환경영향평가와 비교해 보면, 환경영향평가는 개발 사업자가 실시하는 반면 성별영향평가는 정책 담당자가 실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성별영향평가는 성평등 실현을 목적으로 다양한 정책의 기획 단계에서 실시하는 자체 평가이자 사전 평가 제도로, 공무원이 평가 주체이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국적으로 성평등정책이 돋보이는 지역으로, 지난 2020년에는 성별영향평가 지자체 우수기관 선정 및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바 있습니다.
 
◇류도성> 그렇군요. 그런데 제주도 정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가 제도화되어 있는데도, 이번에 홍보물이 문제가 되었는데요. 홍보물에 대한 성별영향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강경숙> 제주도는 사업 추진 시 홍보물에 대한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올해는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제주성별영향평가센터와 함께 이를 제주도 17개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으로 확대하여 실시할 예정입니다. 홍보물 성별영향평가의 대상은 "대국민(도민) 홍보를 위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통해 제작하는 홍보물의 이미지나 문구"인데,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대상은 포스터나 리플렛 그리고 웹진이나 카드뉴스, 동영상, 교육자료 등 다양합니다. 
 
관련 절차를 살펴보면, 홍보물 담담자는 홍보물을 제작하기 전에 성별영향평가서와 홍보물 시안을 성별영향평가책임관인 성평등여성정책관에 제출하고, 이에 대한 검토를 거쳐 홍보물 시안 확정 전에 성별영향평가를 완료해야 하는데요. 여기서 논의가 필요한 사항은 평가 대상과 주체입니다. 우선, 한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포스터나 영상물 등 다양한 홍보물들이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다양한 홍보물들을 모두,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요. 
 
그리고 평가 대상 기관을 17개 공공기관으로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이외에 제주도가 공기관에 위탁한 기관의 홍보물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기관 또한 제주도가 외부에 위탁 사업으로 설치된 곳이었는데요. 제주 지역에는 이런 형태의 기관 운영 사례가 적기 않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위탁 운영하는 기관도 평가 범위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류도성> 무엇보다 제주도와 지역 사회의 성평등 실현을 위해서는 제주도와 공공기관의 성인지 감수성 및 성인지 관점을 강화해 나가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한 개선 과제를 추가로 제안하신다면요?
 
◆강경숙> 제주도정은 공공기관과 지역사회의 성평등 정책 및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별영향평가체계 강화와 함께 사업 담당자의 성인지 감수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 마련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앞서 여성단체에서도 요구하였듯이, 무엇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체계 강화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성별영향평가제도에 대한 도민 체감도는 매우 낮은 편인데요. 앞으로 대중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통해서 성별영향평가 개선 사례들을 공유함으로써, 성평등 정책에 한 도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작업 또한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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