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들이 선택한 지역이 험지라고 규정한다.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지만 정치공학적 계산 끝에 나온 선택일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진짜 험지'에 뛰어든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는 취지에서다.
'험지 중 험지' 주장한 曺…여권서는 "필승지, 험지로 만든 건 본인"
조 대표는 경기 평택을을 "민주개혁 진영에 험지 중의 험지"라고 했지만, 해당 지역은 애초 민주당 소속 의원의 당선무효로 치러지는 재선거 지역이다. '국힘 제로'를 내세우면서도 민주당 지역구를 택한 것이다.때문에 범여권에선 "필승지를 험지로 만들었다"(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평택을은 인구 구성 변화 등으로 야권 우세 지역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평택병이 지역구인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평택을은 삼성전자 옆에 고덕국제신도시 (젊은층) 인구도 많이 유입돼서 험지는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하남갑이 훨씬 더 험지"라고 꼬집었다.
계엄 옹호론자인 황교안 전 총리를 낙선시키겠다는 명분 역시 평택 출마의 당위성으로는 다소 부족하다. 조 대표가 평택을에서 보수 진영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고, 그 판단에서 나온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재수 지역구 등판한 韓…'무공천' 주장에 수싸움만 부각
무소속인 한 전 대표를 향해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된다. '보수 재건'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정치적 셈법이 우선한 결정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당세만 놓고 보면 부산 북갑이 야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지역은 아니다. 영남권이지만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선거구다.
다만 전 의원의 경우 지역구 관리에 강점을 보이며 당보다는 개인 경쟁력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22대 총선에서도 전 의원과 국민의힘 서병수 전 의원의 득표율 차이는 5%p 안팎에 그쳤다. 이번에도 국민의힘 후보로 준비중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과거 18·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이기도 하다.
때문에, 무소속인 한 전 대표가 딱히 연고가 없는 북갑을 택한 배경에는 향후 야권 단일화 가능성까지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 친한(親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지도부에 '무공천'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출마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당락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는 점은 조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당내 대구시장 공천 갈등이 길어지며 유력한 선택지였던 대구 수성갑이 배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배' 앞에 다시 선 김부겸…"본인보다 지역 앞세워"
두 사람의 '험지 출마론'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 데에는 지역을 향한 진정성 부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비교되는 인물이 12년 만에 대구시장 선거에 다시 나선 김부겸 전 총리다.김 전 총리는 한 전 대표와 조 대표보다 2주 이상 먼저 출마를 공식화했다. 부친 주거지로 전입 신고를 하고 선거 사무소를 마련하는 등 준비도 빠르게 진행됐다. 속도보다 주목받은 것은 '대구시민 전 상서'로 읽힌 출마의 변이었다.
정견도 온통 대구 이야기였다. 그는 "10년쯤 정치를 하자 점점 타성에 젖었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는 자성과 함께 못다이룬 대구 정치를 회고했다. 이후 "제가 져야 할 책임은 결국 대구"라고 자각했다고 고백했다.
연이은 낙선 끝에 다시 도전에 나선 이유를 진솔하게 밝힌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뒤에도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 경험이 있다. 이후 다시 낙선했지만 "대구로 돌아가겠다"며 지역주의 극복과 균형발전을 마지막 과제로 제시해 적지않은 울림을 낳았다.
야권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대구 출신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역을 떠났다가 돌아와 미안함을 드러내는 정치인은 드물다"며 "자신보다 지역을 앞세운 진정성이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과를 낙관하지 않는 태도 역시 지역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