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도 코스피가 6천 고지를 넘어섰다. 이란 발 지정학적 위기라는 거시적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 주요 기업들의 압도적인 1분기 실적이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 15일 CBS 유튜브 채널 <경제적본능>에 출연한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현재의 지수 상승에 대해 "단기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감과 더불어 한·미 양국 기업들의 강력한 실적 펀더멘털이 교집합을 이룬 결과"라고 진단하며, 탈세계화 국면에서 한국 제조업이 구조적 수혜를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 "없어서 못 판다, 부르는 게 값"… 빅테크 줄 세운 K-반도체
가장 주목받는 섹터는 단연 반도체다. 최근 삼성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 57조 원이라는 역대급 잠정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SK하이닉스 역시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염 이사는 이번 반도체 실적 서프라이즈의 핵심을 '공급 제한에 따른 단가 상승'으로 짚었다. 그는 "엔트로픽, 오라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메모리를 쓸어 담고 있지만, 물리적인 공급량이 제한되어 있어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7년 하반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 전까지는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며, 고객사들과의 장기(3년) 공급 계약이 늘어나며 과거와 같은 급격한 '다운 사이클' 우려도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가격이 많이 올랐어도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PER)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저렴하다"며, 개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보다는 대형주 중심의 접근을 권고했다.
■ 트럼프의 '각자도생' 경고… 평화가 사라진 시대, 불티난 K-방산
방위산업 역시 실적으로 증명하는 수출 주도 산업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 분쟁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무기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염 이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국 각자도생' 기조 강화는 전 세계적인 군비 증강(패닉 바잉)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경쟁국인 독일이나 미국 대비 압도적인 납기 속도와 가성비, 그리고 미국과의 동맹국이라는 안보적 이점을 갖춘 한국 방산의 독특한 포지션을 대체할 국가는 현재로선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과 관련해서도 "독일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지만, 납기 준수 능력과 현대차그룹의 현지 공장 투자 등 산업 패키지 딜이 성사될 경우 한국(한화오션)의 수주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 현대차 품은 로봇, '신의 한 수' 되나
현대자동차의 주가 재평가 흐름도 주요 화두로 다뤘다. 염 이사는 현대차를 단순한 완성차 업체가 아닌 '로봇 및 자율주행 선도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발 전기차 공세에 밀려 미래 투자를 축소하는 반면, 현대차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에서 벌어들이는 연 20조 원 규모의 막대한 현금을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로봇 산업에 쏟아붓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8년 예정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3만 대 양산 계획을 '골든 타임'으로 지목했다. 미국 내 극심한 인력 부족 현상과 더불어, 중국산 로봇의 미국 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는 등 안보 환경이 현대차그룹에 강력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美·유럽 '탈중국' 선언에 날개 단 ESS·배터리
2차전지 섹터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고전하고 있으나, ESS(에너지저장장치) 부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염 이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이를 저장할 ESS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 인프라 구축에도 ESS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탈세계화'가 한국 기업들에게 결정적 반사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테슬라(스페이스X)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 대신 한국 OCI홀딩스 제품 공급을 타진하고, 유럽 역시 '유럽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중국산 배터리 견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염 이사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의 배터리 및 태양광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중국을 대체할 핵심 파트너로 격상되었다"며 "과거 막연했던 탈세계화의 수혜가 이제 기업들의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꽂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총평했다.
▶▶염승환 이사 인터뷰 풀버전은 유튜브 채널 <CBS경제연구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